한국 신용등급 사상 처음 日 추월

[ 한국일보 2012.9.6 기사 ]
이럴 수가… 사상 초유의 경사 맞은 한국
한국 신용등급 사상 처음 日 추월
피치, AA-로 상향… 日·中보다 한 단계 높아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초로 일본을 넘어섰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6일 한국의 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높이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1996년 우리나라에 'AA-'등급을 부여했던 피치는 외환위기 직후 투기등급 수준인 'B-'까지 강등시켰으나, 이번 결정으로 15년 만에 예전 최고 등급을 회복시켰다.

피치의 등급 조정으로 우리나라는 독도 문제로 냉랭해진 일본과의 등급 경쟁에서도 사상 처음 앞서게 됐다. 이번 조정 이전까지 피치는 한국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 일본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제시했으나, 신용등급은 양국 모두 'A+'로 평가해왔다. 또한 일본과 함께 'A+' 등급인 중국, 대만에 비해서도 한 단계 올라서게 됐다.

피치는 등급 조정의 이유로 불안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한국 실물ㆍ금융부문의 안정성, 튼튼한 거시경제정책 체계, 정치ㆍ사회적 안정성 등을 제시했다. 이미 'AA-' 등급을 부여 받은 국가와 비교해도 최근 4년간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경기 둔화와 선거 국면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재정정책으로 낮은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단기외채 비중이 축소되고,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대외부문의 건전성이 제고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2개 기관에서 '더블 A'레벨로 분류됐다"며 "이는 한국 경제가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달 무디스에 이어 피치마저 등급을 올리면서, 경쟁사에 비해 두 단계 낮은 'A'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S&P의 향후 평가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정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차입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1,130원선을 유지하고 있는 미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강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치 등급상향' 기재부 차관보 문답

연합뉴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국제경제관리관)는 우리나라에 대한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불안한 대외여건에도 향상된 우리의 경제체질과 거시경제운용이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 차관보의 일문일답.

--등급 상향조정의 의미는

▲지난달 무디스가 3대 메이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3'로 올렸을 때 무디스의 결정이 과연 보편적이냐,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 었다. 피치의 이번 상향조정은 (무디스와 같은) 평가가 상당히 광범위하고 일반적이란 것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상 최고 등급인가.

▲피치사 기준으로는 15년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8월27일 무디스의 상향조정 경우가 무디스 기준 사상 최고치였 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평가는 어떻게 예상하나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의 평가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면 (무디스와 피치 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S&P와 다른 신평사의 등급 차이가 두 단계 벌어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의 신용등급을 비교하면

▲한·중·일 신용등급은 3대 신평사가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피치 기준으로는 우리나 라가 중국, 일본보다 높다. 재미있게도 무디스의 경우 3국이 `Aa3'로 같다.

일본보다 등급이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최근 일본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이 유도 있다.

2002년까지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중국보다 높았는데 이후 중국의 등급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우리나라가 뒤처졌다. 지금은 양국의 등급이 같거나 비슷해졌다.

--위험요인은 없나. 

▲보고서는 위험요인으로 공기업부채, 가계부채, 대북리스크를 지적했다. 은행은 중소 기업대출이 많기 때문이 자산의 질이 나빠질 수 있어 이러한 위험 요인이 현저히 악화 할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매우 미약 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