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내진설계 애초 없었다" 日 원전노동자 마지막 고백

"후쿠시마 원전, 내진설계 애초 없었다" 日 원전노동자 마지막 고백

[쿠키 사회]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원자력 발전소의 붕괴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20년간 원전에서 근무했던 한 근로자가 "일본 원전들이 지진에 대비한 안전한 설계를 했다고 하지만 시공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고백한 과거 강연 내용이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은 작금의 사태가 천재지변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인재(人災)'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2005년 11월 국내 시민단체에 한글로 번역된 전문 형식으로 올라왔었다. 이번 지진 피해 이후 다시금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해당 글은 1997년 사망한 원전 노동자인 히라이 노리오씨가 죽기 1년 전 원전 증설 반대 운동을 펼쳤던 강연의 내용을 담고 있다. 1급 플랜트 배관 기능사였던 히라이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당시 일본 원전의 실상을 폭로했었다. 

"일본 원전에서 현장 감독으로서 오랜 기간 일 해왔기에, 원전 내부의 일 대부분을 소상히 알고 있다"고 운을 뗀 글에는 최근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언급도 들어있었다. 

그는 1995년 1월 일어난 한신 대지진을 떠올리며 "당시 국민들 사이에 ‘지진으로 원전이 무너지거나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정부나 전력회사는, 내진 설계를 고려해, 단단한 암반 위에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원전이 도면상의 설계에만 집중했고 현장에서의 시공과 관리는 소홀했기 때문에 지진 시 붕괴 위험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집을 지을 때, 유명한 일급 건축사에게 설계를 부탁하더라도, 목수나 미장이의 실력이 좋지 않다면, 비가 세고, 바람이 들어온다"며 이것이 일본 원전의 실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전문가인 사람들은 사고의 무서움을 모르며, 어떤 것이 부실 공사인지, 어떤 것이 하자인지도 전혀 모르고 작업을 하고 있다"며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발전소에서는, 원자로에 철사를 빠뜨린 채 운전을 하고 있어, 조금만 잘못해도 세계를 휩쓸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당시 원전에 철사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대형 사고로 이어질지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고백하며 ”그런 의미에서 노후한 원전도 위험하지만, 새로 지은 원전도 비전문가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초기 원전에는 내진 설계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 히라이의 설명이다. 그는 "한신 대지진 참사 후, 서둘러 일본 내의 원전의 내진설계를 재점검해 ‘어느 원전도, 그 어떤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괜찮다’는 어이없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제가 관여한 초기 원전에서는, 지진에 대한 진지한 설계상의 고려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1993년, 오나가와 원전 1호기가 진도 4정도의 지진으로 인해 출력이 급상승해 자동 정지했던 것을 예로 들며 "이 원전은 1984년에, 진도 5에서 멈추도록 공사를 했지만, 진도 5가 아니었음에도 멈췄다"며 "진도 5에서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4에서 멈추었다는 것은 진도 5의 지진에는 멈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진으로 오작동을 일으켜 멈추었던 원전은, 1987년 후쿠시마 원전도 있지만, 동일한 형태의 원전이 전국에 10기나 있다"며 "이러한 사실은 지진과 원전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상당히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원전 정기 검진이나 수리 시 근로자들의 피복 위험을 간과하는 것은 물론,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을 바다로 무단 방류하거나 자치단체와 전력회사가 크고 작은 원전 사고를 덮기에만 급급하는 등 갖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본 내 운영되고 있는 원전 가동을 조속히 중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