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시리즈 마치며 … 도쿄 소프트뱅크 회장실서 만나보니

중앙일보입력 2011.11.14 02:23 / 수정 2011.11.14 02:31

 

손정의 시리즈 마치며 … 도쿄 소프트뱅크 회장실서 만나보니

 

 
손정의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을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손 회장의 뒤로 사카모토 료마의 사진이 보인다.
초고층빌딩이 운집한 일본 도쿄 남부의 히가시신바시(東新橋). 그중 심장부 격인 시오도메(汐留) 시티센터에 소프트뱅크 본사가 있다. 지난달 28일 26층에 있는 손정의(54) 회장 집무실을 찾았다. 일본 1위 부자(올 초 ‘포브스’ 집계)를 만나러 가는 것치곤 절차가 간단했다. 신분증을 맡기고 통행증을 받은 것으로 끝. 26층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몇몇 사람 중 눈에 익은 인물이 있었다.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손님들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하러 나온 이, 손 회장이었다.

 잠시 뒤 사실상 그의 집무실인, 30여 명은 들어갈 법한 대회의실에서 손 회장과 마주했다. 장식이라곤 없는 방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손 회장 자리 바로 뒷벽을 온통 차지한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전신사진이었다. 손 회장은 올 9월부터 지난주까지 본지에 연재한 ‘손정의 회장의 삶과 경영’을 통해 “료마는 내 인생의 영웅이자 롤 모델”임을 거듭 고백했다. 그는 그렇게 료마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하루 5~10개의 회의를 소화한다. 점심도 저녁도 도시락. 간혹 귀한 손님이 오면 전속 출장요리사가 사무실을 찾아 직접 요리를 낸다고 했다.

손정의 회장이 본지 연재를 기념해 써보내 온 좌우명 ‘’뜻을 높게(志高く·고코로자시타카쿠)!’
 손 회장은 “그간 한국 정보기술(IT) 업계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아 왔다. 늘 받기만 했는데 중앙일보 연재 덕에 나 또한 (한국인들에게) 뭔가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처음으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비로소 한국과 상호자극을 주고받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게도 없는 사진을 찾아내고, 잊다시피 한 에피소드들까지 끄집어내 놀라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연재가 매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에피소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그의 삶 자체가 위기와 반전, 실패와 재기로 점철된 한 편의 대하드라마이기 때문이다. 19살 적 ‘50년 인생계획’을 세운 그는 매번 ‘미쳤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뛰어들었다. 26세, 중증 간염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자 절망하는 대신 책 4000권을 읽었다. 손자병법을 원용한 ‘제곱병법’을 창안했다. ‘일본에서 온 거품남’이란 비아냥을 무릅쓰고 ‘야후’ 대주주가 됐다. “망해도 좋다”는 각오로 일본 최초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소프트뱅크 모바일을 설립했고, 5년 만에 가입자 수를 두 배로 늘리는 ‘기적’도 창출했다. 

도쿄=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