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얼굴(えがお)은 어디서나 통합니 / 지혜론

 

 

웃는얼굴(えがお)은 어디서나 통합니 / 지혜론

 

일본어 전공자로서, 졸업 전에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 3월에 출국 예정이던 나의 계획은 출국 3일전에 일본에 일어난 자연재해로 인해 무산되었다. 별 수 없이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면서도 한 번 품었던 일본행에 대한 생각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본의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믿을 수 있는 곳이라며 연결 시켜주신 곳이 ‘한일포럼’이었다. 

 

호텔취업에 숙식제공, 알선비 무료, 공항픽업, 매달 1회 현지 care. 거기에 호텔에서의 수료증까지..너무나 좋은 조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의심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나는 쉽사리 결정 내리지 못했으나, 한일포럼과의 전화 통화 후 바로 다음날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 후 확신이 들어, 2주정도 남은 출국에 맞추어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출국 전, 함께 출국하는 사람들과 얼굴을 익힐 자리를 만들어 주고, 궁금한 점을 그 자리에서 일본 측과의 전화연결로 바로 해결해주어 더욱 안심이 되었다. 

 

 

출국 당일 아침. 이른 아침 배웅을 나와 주신 한일포럼의 사무국장님의 마지막 당부를 듣고 비행기에 올랐다.10시 30분 일본 도착, 일본 워크샵의 픽업은 13시여서 공항에서의 대기시간이 길 것 같았는데, 다행히 도착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와 준 현지 직원 덕분에 시간 지체 없이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일하게 된 호텔 식당 내부 
 
호텔에 도착해 현지스탭이 호텔 측과 인사를 시켜주고 떠났고, 간단히 근무 설명을 듣고, 식당과 기숙사를 안내받았다. 기숙사에서 내가 근무하는 아타미관 까지는 도보로 약15분. 식사는 기숙사와 3분정도 거리의 뉴후지야 호텔의 지하 직원식당에서 가능하다. 같은 호텔에서 일하게 된 친구 지은이와 많은 양의 출국 짐을 계속 같이 운반하며 호텔 건물을 옮겨 다니며 설명을 들은 것이 좀 힘들었다. 처음에 기숙사에 짐을 내려놓고 안내 받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집을 떠나면 고생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으나,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호텔에서 우릴 맞이한 사람은 레스토랑 매니저로, 다음날부터 바로 레스토랑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그래도 열심히 청소하고 짐을 풀고 나니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방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오전 10시까지 아침근무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와서 다시 오후 5시부터 9시까지의 저녁근무. 이른 아침부터의 출근과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는 근무로, 점심 식사 후 기숙사로 돌아와 쓰러져서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저녁출근을 하는 생활의 반복. 

 

 

고되지만 보람찬 스케줄표 

아라이바(설거지 쪽) 아주머니 아저씨의 발음에도 점점 익숙해졌고, 설거지통에 치워온 그릇을 한꺼번에 넣으라고 해서 그리하면 따로따로 넣으라고 화내고, 그 다음에 따로 넣으면 또 반대로 하라며 화를 내던 아저씨에게는 그릇을 갖고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한꺼번에 넣을까요, 따로 넣을까요?’하고 먼저 물어보았고, 괜히 나를 보며 나쁜 말을 하며 화를 내던 아주머니께는 ‘으하하’웃으며 ‘죄송해요~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맞죠?’ 라고 하신 말을 확인하듯 따라하고 웃으며 한마디씩 말을 걸었더니, 조금씩 웃으며 마음을 여시는 듯 했다.
 
아저씨는 내가 휴일을 맞아 없는 사이에 평범한 ‘헤론짱’이던 날 ‘헤로링’이라 부르며 어느덧 애칭을 만들어 주셨고, 아주머니의 ‘너 머리가 나쁜 것 아냐?’ 하는 말은 지금도 웃으면서 자주 나오는 것을 보니, 말버릇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다.  

홀에서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은 내가 일을 하고 있으면 ‘느리다.’고 혼내셔서 서두르면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해라.’하시고, 구비되어 있는 커피의 시럽이나 설탕 등이 비어있으면 전에는 ‘잘 보고 다니면서 채워 넣어라’하시더니, 거의 다 비어서 채워 넣으면 ‘남은 게 먼저 쓰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 안해?’ 하며 내가 무슨 일을 하던 주시하고 구박하셔서, 그분과 같이 일하는 날엔 출근하기 싫을 정도였는데, 어느 날부터 웃으며 ‘고맙습니다. 오늘도 하나 배웠습니다.’ 라고 했더니, ‘정말 배운 거 맞아?’하고 웃으시며 그 다음부터는 분위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친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용하는 기숙사 방이다(1인1실)

주방과 홀의 아주머니와 아저씨와의 인간관계에 대한 적응, 그리고 간혹 있는 행동 나쁜 손님들에 대한 대처는 대학생 초기에 했던 백화점에서의 아르바이트에서 쌓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에서나 밝은 모습과 웃는 얼굴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들은 근처에 위치한 전문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인데, 낯가림이 있지만 착한 친구들이었다. 처음부터 하나씩 알려준 친구도 있고, 먼저 말을 걸진 않았지만 물어보면 차근하게 말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내 직속 선배인 듯 처음에 이것저것 말해주던 친구(나나짱)에게는, 시간 날 때마다 음식 이름, 손님들이 찾으며 물어본 단어, 위치를 물어보고, 메모 해가면서 열심히 외웠고, 요리를 세팅해 두는 위치는 아침, 저녁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가며 외웠다. 레스토랑 오픈 까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틈틈이 찍어둔 사진과 그림이 2주가 지나서야 완성되었다. 그림을 보여주니, 열심히 한다며 칭찬 받을 때의 기쁨이란..  
 
뭔가를 물어보는 손님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도 두렵고, 요리 쪽을 알지 못하면 그릇만 치워야 하기 때문에, 요리 쪽에 얼쩡거리면서 얼른 하나씩이라도 더 외우려 했다. 내가 일하는 호텔에서는 음식을 다른 층의 주방에서 조리한 것을 운반해 와서 내놓을 뿐인 지라  요리를 하는 모습은 구경할 수 없었고, 바이킹(뷔페)인지라 서빙을 배울 수도 없었지만, 요리를 셋팅하는 일과 운영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어서 하루하루 재미를 느끼고 있다. 
평소에는 바쁘니까 그릇만 치우라고 했는데, 근래, 음식 조달이 늦어졌을 때에는 되도록 헤론상은 요리 조달 쪽을 부탁한다며 믿고 맡겨 와서 작은 기쁨도 느꼈다.
 
처음 문제가 되었던 저녁 식사 문제는, 주중에는 저녁 근무시간 사이에 한 시간의 저녁식사 시간을 주어서,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주말에는 당연한 듯 먹을 수 없던 저녁식사도 식당 할아버지가 우리를 불쌍히 보셔서 이번 주말부터 다른 사람보다 10분 일찍 들어와서 먹고 출근하라고 주말 저녁밥을 챙겨주시기로 했다.
 
일본에 와서 일본 가정식 요리를 먹을 기회가 거의 없을 텐데, 직원 식당에서 가정식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이 역시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건, 호텔측에는 비밀이지만, 레스토랑 마감 후 정리 및 청소를 하는 시간에 짧게 시간을 주어 아주머니들이 먹을 것을 챙겨주시게 되었다. 
(레스토랑 근무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손님들이 드실 음료를 채워 넣는 중 

일이 힘들고 사람간의 관계도 힘이 들었지만, 작년 봄에 혼자서 워킹홀리데이를 오려고 했던 내 자신을 떠 올려보니 그때의 내가 얼마나 무모했고, 지금 내가 정말 좋은 조건으로 와 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지금 나와 호텔 측의 사이에 일본 현지스탭과 한일포럼이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돌봐주고 있는데 만약 내가 혼자 일본에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불이익을 당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일포럼 현지스탭이 한 달에 한 번씩 우리를 찾아와 care를 해주는데, 이 역시 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피고용인 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본인 스태프들과 동등한 혹은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이유라 생각한다. 매일 아침과 매주 화요일의 식사가 없는 것은 한일포럼에서 일본 현지스탭을 통해 호텔 측에서 우리에게 그 만큼의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강하게 말해주었고, 우리조차 포기했던 급료의 20% 세금 환급 문제를 책임지고 받아내 주겠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전, 호텔에서 받은 계약서에 의문이 생겨, 우리가 호텔 취업 1기 사람들이기에 우리 나름대로는 우리가 계약되는 내용이 후에 올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일포럼에 여쭈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직접 문의를 드렸었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귀찮은 내색도 없이 우리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좋게 해주기 위해서 계약서 문제만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노력해주신 한일포럼에 또 한 번 감사를 느꼈다.처음 온 사람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하려고 우리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중인데, 다른 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도 그랬으면 좋겠다.

말 주변도 없고, 글을 쓰는 재주는 더더욱 없는 나이기에, 나의 첫 체험 수기가 내 글을 읽을 다른 이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겠다.나는 내 이야기를 하거나 글로 적는 일에도 서툴기에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만한 ‘체험 수기’ 란 것을 적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만, 내가 한일포럼에 감사를 돌릴 수 있는 것은 이런 글 밖에 없다는 생각에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글을 적어 보았다.

말의 순서도, 내용도 뒤죽박죽이고 얻고자 하는 내용이 제대로 들어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기를 쓰듯, 나의 2012년 1월 중순 ~ 2월 초까지의 한 달간의 이야기를 썼을 뿐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