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일본 정부 '분쟁 영토 국유화' 선언, 왜?

 

[프레시안]

총선 앞둔 일본 정부 '분쟁 영토 국유화' 선언, 왜? 
[분석] '국내 정치용'으로 치부하기엔 심상치 않은 변화

기사입력 2012-07-08 오후 3:24:59


일본 집권 민주당의 분당 사태로 오는 '9월 총선'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여야 가릴 것 없이 '우경화 노선'을 공약으로 내걸며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핵무장과 '집단적 자위권' 등 군국주의 부활을 의심케 하는 법 개정과 헌법 해석 변경 등을 추진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한 데 이어, 심지어 일본 정부가 분쟁 지역에 대한 국유화 방침을 돌연 발표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

7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제도를 올해 내에 국유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센카쿠제도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도쿄도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지사에게 정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7일 중국와의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를 국유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
중국 "우리 영토를 일본이 매매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중국은 즉각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일본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자국의 신성한 영토인 댜오위다오 매매를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대변인은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 고유의 영토로, 중국은 쟁론할 여지가 없는 역사적, 법적인 근거가 있다"면서 "그런 중국의 신성한 땅을 매매 대상으로 삼는 것을 결연히 반대할뿐더러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댜오위다오 주권 수호 조치를 계속 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센카쿠의 5개 무인도 가운데 개인 소유로 돼 있는 우오쓰리시마(魚釣島), 미나미코지마(南小島), 기타코지마(北小島) 3곳의 매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센카쿠는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점으로 삼고 있는 등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미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는 지난 4월 센카쿠 매입 의사를 표명한 이후 국민을 상대로 모금에서 나서 13억 엔(약 185억 원) 이상을 모았다.

이때문에 이시하라 지사는 자기가 추진한 센카쿠 매입에 정부가 편승해 정치적 인기를 얻으려는 얄팍한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극우파인 이시하라 지사는 센카쿠 매입을 신당 창당 등 향후 자신의 정치 행보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시하라 지사는 국가가 센카쿠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찬성하고 있어 도쿄도가 센카쿠를 먼저 매입한 뒤 소유권을 국가에 양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노다 정권이 직접 센카쿠를 매입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정부가 영토 주권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고, 강한 정부의 이미지로 차기 총선에 활용하려는 '국내 정치용' 성격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시하라 지사가 이끄는 도쿄도가 센카쿠를 사들일 경우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국가가 나서서 매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지만당 대연정 탄생하나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국내정치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이 마치 경쟁하듯 '우경화' 노선이 짙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차기 총선이 치러지면, 민주당이 최대 야당인 자민당에 공명당까지 아우르는 대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은 '사실상 자민당'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당내 보수세력이 득세하고 있고, 특히 자민당은 헌법 해석을 바꿔서라도 일본의 자위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게다가 유권자들이 기성 정당들의 무력감에 실망해 절대 지지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지방정당 '오사카 유신회'를 만들어 원내 주요정당으로 단숨에 떠오르겠다는 야심까지 보이고 있다.

하시모토는 '하시즘'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파시즘을 방불케 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돌풍 지방정당은 '헌법 9조 개정 국민투표'가 공약

오사카유신회는 지난 5일 총선 공약을 발표하면서 군대 보유와 교전을 부정하는 등 전쟁 포기를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의 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회 발의요건도 '총의원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완화하고, 외교 국방 부문에선 "일본의 주권과 영토를 자력으로 지키는 방위력과 정책을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오사카유신회는 이번 총선에서 300명의 후보를 공천해 200명 정도를 당선시킨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일본 중의원 의석수는 현재 478명이다.

자민당도 지난 4월 발표한 총선 공약으로 헌법 개정을 주장했다. 자민당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안전보장기본법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자위대는 경찰도 아니고 군대도 아닌 일종의 '경비대'여서 공격을 받을 때만 대응하는 '자위권'만 인정하고 있다. 이를 국방군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정식 군대를 갖는다는 의미이며 적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을 탈당해 11일 신당 창당을 앞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는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일본을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로 건설하자는 것이 평소 지론인 인물이다. 이에 따라 오자와의 신당도 헌법 개정이나 군대 보유 같은 공약을 내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극우 보수주의자인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는 평소 "헌법 9조를 개정해 국군을 보유하자"고 주장했다.

일본의 보수 진영에 맞서 헌법 개정에 반대하며 우경화를 경계하는 정치세력은 미약하다. 사민당, 공산당 같은 정당은 중의원 의원 수가 10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승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