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지만 기억하노라…" 위안부문제 노래로

 

"용서하지만 기억하노라…" 위안부문제 노래로

가수 김현성 "음악적 기록자 될 것"…음반도 계획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고향 꿈도 꿀 수 없는 어두운 날. 문득 보이던 뒤란의 작은 소녀야. 눈뜰 수 없는 잔인한 날들. 피로 물든 다 찢긴 치마 나의 몸. 죄를 용서하노라. 그러나 기억하노라. 단발머리 소녀가 앉아 있노라.'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날 연대공연을 한 이들 가운데 포크가수 김현성(54)씨가 있었다. 고(故) 김광석씨가 불러 유명해진 '이등병의 편지'의 작사·작곡자다. 그는 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소재로 한 노래 '평화의 소녀상'을 선보였다.

김씨는 22일 "소녀상 '말뚝' 사건 후 소녀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노래가 없음을 알게 됐다"며 "1천번을 넘어선 할머니들의 집회가 '으레 하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음악으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노래를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집회에서 종종 공연을 했다. 관심이 본격화한 것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독도를 방문하면서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모두 한일관계와 연관돼 있어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어졌다고 한다.

"위안부나 독도 문제는 이념을 초월한 인류사의 공통 사안이지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죠. 당장 시선을 모으지 못한다 해도 음악적으로 기록할 필요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노래는 대여섯 곡이 더 있다. 아직 대중에게 공개하지는 않았다. '독도 찬가'를 비롯해 독도를 소재로 한 노래도 꾸준히 써온 터라 때가 되면 음반을 낼 계획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노래를 지을 때 '있는 그대로를 들려주자'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김씨는 "요즘은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듣는 이들을 굳이 계몽하려 들 필요도 없다"며 "현상을 들려주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위안부나 독도 문제를 일회성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경계했다. 

"위안부나 독도 문제는 우리에게 굉장히 심각한 사안인데도 감정적으로 접근하거나 단발성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음반 제작을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벤트성으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하고 있어요."

그는 아울러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많은 만큼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 차원의 문제"라며 "이런 관점에서 꾸준히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관련 기관을 접촉해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했다.

"꼭 특정한 집회가 아니라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있는 그대로 노래할 기회가 생기면 앞으로도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대중뿐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런 역사적 문제를 노래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