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병원에서 닥터헤리를 만나다 / 노은빛(대구보건대학 간호학과)

일본 병원에서 닥터헤리를 만나다 / 노은빛(대구보건대학 간호학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일본문화교류인턴쉽 프로그램에 참가하게된 대구보건대 간호학과 3학년 노은빛이라고 합니다.

면접하기 전, 과연 내가 합격을 할 수 있을까며 벌벌 떨면서 걱정을 했는 것이 바로 엇그제 같은데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이곳 구마모토에 오기 전까지 타국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해보고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많이 고민도 했었는데 지금 돌이겨보니 그렇게 길지 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 만큼 재밌고 즐겁게 4개월을 보낸 것같아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도 생기네요.

이 곳 구마모토는 평화로운 곳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덥기는 했지만 날씨도 맑았고 물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친절한 시골같은 풍경이라 마음도 편안했습니다.

구마모토는 일본에 몇 없는 노면전차(시덴)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처음 제가 구마모토에 왔을 때 도로 한가운데 왠 전철이 지나 가고 있어서 깜짝놀랐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유동인구가 많아 버스의 배차시간이 정말 긴 구마모토에서 시덴은 정말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얼마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이 시덴이라는 전철을 타고 구마모토 시내(마치)에도 가보고 구마모토의 명물인 구마모토성과 스이젠지공원에도 가보았습니다.

 

어느나라와도 마찬가지로 시내라는 곳은 정말 사람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특징인지 왠만한 가게들은 저녁 8시 쯤이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밤 10시까지도 불빛으로 환한 한국의 시내와는 다르게 이 곳은 8시만 지나면 거리가 어두어지기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밖에 돌아다니는 일은 할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딱 한 번 시내의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 있었는데 바로 ‘불의 나라 축제(히노쿠니마쯔리)’라고 하는 구마모토의 전통 있는 축제 날이 바로 그 날 입니다.

 

이 날은 시내의 도로 일부분을 막아 사람들이 못지나가게 통제를 한 후 몇 백명의 사람들이 팀을 꾸려 준비한 춤을 추도록 하는 거대한 퍼레이드가 장장 3시간 가량 이어집니다. 이것을 오테몬야오도리 라고 하는데요 저도 후배들과 같이 이 퍼레이드에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핫피라는 일본 전통 옷을 입고 일본의 전통 춤을 추었는데 계속 틀려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참가하는 사람들의 열기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응원 모두 처음 경험하는 저에게는 왜 이 축제가 불의 나라 축제라고 말하는지 알 수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축제였습니다.


또 예전에 실습을 갔던 병원에서 주체하는 마쯔리에도 초대를 받아 가게되었는데 이 날은 전에 마련해두었던 유카타라는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참석을 하였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주민들부터 병원에 계시는 환자 스태프까지 모두 참석하는 큰 마쯔리라 그런지 여기저기 볼 거리도 많았고 특히 먹거리가 많아서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웠습니다.

 

이 날 입은 유카타 말고도 일본에는 하카마라는 전통의상이 있는데 이 옷은 특별하게 학교 졸업식에도 입는 다고 합니다. 마침 학교에 하카마가 전시되어 있어서 입어 볼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입어보았는데요 절대 혼자서 입는 것은 무리더군요. 일본 전통 의상의 특유의 펄럭거리는 소매와 바지단으로 걷기는 힘들었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자국의 전통을 유지하려하는 노력이 아름다워 무조건 외국을 따라하려 하는 성향이 가득한 한국이 배워나가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문화체험으로 다도(차도)와 꽃꽃이(이케바나)를 경험해보았습니다.

먼저 다도는 정식버전과 약식버전이 있어서 편안하게 약식버전으로 선택했는데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이루어지는 다도란 마음까지 정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먹는 차과자(챠가시)는 생각보다 너무 달아 씁쓸한 녹차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것도 잠시 항상 아빠다리에만 적응되어 있는던 뼛 속까지 한국인인 저라서 정좌가 참 힘들더군요. 결국 하던 도중에 포기하고 아빠다리로 교채하였답니다.

 

이와 반대로 꽃꽃이는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일본의 꽃꽃이는 여러 파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꽃을 꽃는 방법이 아주 많아 자유롭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나름 센스를 발휘해 마구마구 꽃아버렸답니다.


이렇게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본 병원 실습도 많이 다녔지요. 특히 제일 기억에 남았던 병원은 제일 최근에 간 구마모토 적십자 병원이었습니다. 제가 간 병동 소화기유선외과는 외과라는 명성대로 정말 수술이 많았던 곳이 였습니다. 암 이라는 질병으로 장기환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달리 간호사들도 다정하고 환자들도 어두운 기색이 없어 의외로 병동의 분위기가 밝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간호사들이 바빠서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해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는 뭐든지 경험해보고 싶다라는 희망을 한 나의 의견대로 담당해주시는 간호사분께서 항상 상냥하게 해보지 않을래라며 먼저 물어와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랐습니다.

 

특히나 한국의 실습에서 느꼈던 환자와의 라포형성을 해보고 싶었지만 일본에서는 높으디 높은 언어의 장벽의 두려움때문이 였는지 말을 걸어도 알아듣기 힘든 구마모토 사투리 덕분에 한참동안이나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을 하는 저의 모습을 보신 병동의 수 간호사께서 아주 좋은 노력 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셔서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간호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코드블루’와 같은 일본 드라마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의료헬리콥터(doctor heri, 닥터헤리)를 멀리서 나마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잠깐 마주치게된 닥터헤리의 의료복을 입은 간호사를 보고 멋지다고 말을 건낼 때 수줍게 웃어주던 간호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저도 나중에 그런 멋진 간호사가 되고 싶네요.

 

이번 실습 덕분에 좀 더 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제 자신이 앞으로 한발 성장한 것 같아 괜히 뿌듯해지는 군요. 또한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마저 유익하게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구마모토에서 지낸 소중한 추억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