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재 “日영토 건드리면 용서없다”

2012.9.27(목) 03:00 편집

 

아베 총재 “日영토 건드리면 용서없다”

“주변 국가에 대한 과도한 배려는 결국 진정한 우호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중심으로 생각하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신임 총재는 지난달 28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집권했을 때의 정책방향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담화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담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 등 모든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들 담화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사과한 3대 담화다. 아베 총재의 재등장이 한일 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어떤 풍파를 초래할지 우려하는 것은 이런 담화를 뒤집으려는 그의 극우 성향 때문이다. 

집권 민주당은 무상복지 공약 파산 및 소속 의원 집단 이탈로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다음 총선에서 자민당의 정권 탈환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일본 정치 체제상 아베 총재의 2기 집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달라진 것 없는 아베

아베 총재는 26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선 공약과 관련해 “민주당 정권은 ‘외교 패배’ 정권”이라며 “미일동맹을 한 번 더 재구축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5년 전 총리 시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2007년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평화헌법 등 ‘전후체제’의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인정을 위한 법률 정비를 추진했으나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무산됐다. 

과거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 총리 재임 때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것을 “통한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총리 때도 중국과의 관계 파탄을 우려한 경제계의 건의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했지만 5월 춘계대제 기간에 ‘내각총리대신’ 명의의 화분을 보내 물의를 빚었다.

그는 또 총리 때인 2007년 3월 1일 “(일본군이나 정부가) 군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워싱턴 로비스트를 총동원했고 총리보좌관까지 미국에 보냈다. 주변 인물을 동원해 워싱턴포스트에 ‘위안부 동원에 강압이 없었으며, 위안부들은 대우를 잘 받았다’는 전면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했고 미 하원은 그해 7월 30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는 애국심 교육을 강화한다며 2006년 교육기본법을 59년 만에 개정해 일본의 독도 야욕에 불을 질렀다. 일본 정부는 이후 개정된 법률에 근거해 2008년과 2009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라는 내용을 담은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 중국과 타협 난망

아베 총재는 경선 과정에서 “영토·영해·국가의 자부심을 건들리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총리가 보내야 결과적으로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26일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중국 기자의 질문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자민당의 생각이다. 중국의 여러 움직임에 대해 센카쿠와 영해를 확실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겠다”고 답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재가 다시 정권을 잡으면 보수색을 전면에 내걸어 중국 한국과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이 격렬해질 수 있다”며 “잘못 대응하면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고립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민당 아키타 현 본부 간부 4명은 결선 결과에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아베 총재가 경선용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막상 책임을 지게 되면 타협적인 노선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베 총재도 26일 “6년 전 총리가 되고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중-일 관계가 지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경을 접하고 있어 국익이 부딪칠 수밖에 없지만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전략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