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참가하고싶습니다. -전효은-

한일포럼 세계유산과 함께하는 한일국제워크캠프 (2012년 11월 2일~4일, 강화도)

성신여자대학교 전효은

 

처음 한일국제워크캠프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할지 말지 망설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박3일의 캠프를 마치고도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40여명의 대인원이 참가하여 단체 생활하는 이 캠프에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신청조차 고민을 하고, 아르바이트 면접 이후로 처음 보는 전화 면접도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궁리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취업 등 막연한 두려움에 휴학을 했지만, 아무런 발전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저에게 이 캠프는 꽤나 반가운 존재였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고,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6개월간 생활한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 때 얘기했듯이 저는 일본 문화에 흥미가 많아 남들보다는 좀 더 알고 있지만, 반대로 일본 친구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줄 만한 지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일본인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다행히 면접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고, (나중에 알고 보니 꽤나 쟁쟁한 경쟁률을 뚫어서 나름 으쓱 했습니다.^^) 10월 27일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서울영상미디어센터로 향했습니다.

그날은 비도 많이 오고, 회장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 몇 번이고 길을 물어 도착한 곳엔 저처럼 길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다들 말은 못 걸고 눈치만 봤었죠. 도착해서 티셔츠와 간단한 팸플릿을 받고, 팀별로 모여앉아 캠프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희 팀은 한국인 넷, 일본인 넷으로 구성되었고 그 중 일본인 두 명은 참가하지 못해서 캠프 첫 날에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어떤 친구들일까 많이 궁금했기에 만났을 때 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각 팀에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일본인이 한두 명씩 있어서 덕분에 내용 전달이나 의견을 교환하는 부분에서는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다들 활발한 성격으로 어색한 순간 없이 금방 서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저희 팀명은 ‘개성이 톡톡 튀는 사람들이 모인’이라는 의미로 “비타민”이라고 지었습니다. 다들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어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어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캠프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캠프 첫 날,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지는 바람에 다들 옷 두껍게 잘 챙겨 입고 오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집합 장소인 명동 서울 글로벌 문화관광센터에서 만났습니다. 거기서 새로운 일본인 팀원 두 명과도 만나 다 같이 한복 인형 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팀원들뿐만 아니라 참가자 모두 초등학교 미술시간 이후로 처음 갖는 만들기 시간에 들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미니어처 한복을 만들면서 우리는 당연히 여겼던 옷고름 매는법이나, 끝동 부분에 대해 신기해하는 일본인 친구들을 보며 저도 다시금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복 만들기를 끝내고는 옆 강당으로 이동해 k-pop 댄스 강습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기저기서 '무슨 춤을 배우는 걸까?', '춤 못 추는데 어떡해~' 등의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들렸습니다. 저희를 기다리고 있던 건 전 세계 최고 이슈,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었습니다. 다들 꺄~ 소리를 지르면서도 열성적인 선생님의 가르침에 웨이브다 말춤이다 땀까지 흘려가며 열심히 췄습니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에 마지막엔 잘 추는 사람들이 대표로 앞에 나와서 춤도 추고 단체로 말춤 포즈로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드디어 강화도로 출발했습니다.

강화도로 향하는 버스에서는 다른 팀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게 옆자리에 앉을 사람을 가능한 한 남/여, 한국인/일본인으로 짝을 정해주셨습니다. 저는 2팀의 미카기 코우스케와 짝이 되었는데 같은 나이 또래여서 인지 두 시간 내내 서로의 대학 생활, 취업 준비 등 많은 얘기를 나누며 두 나라가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또 다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가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빙고 게임을 해서 겸사겸사 2박 3일 동안의 아침, 저녁 당번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강화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10여분 걸어가는 동안에는 야간 산행이라도 하는 기분이었지만 저녁 당번을 맡은 팀이 구워준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그 때 처음으로 긴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다른 팀 친구들과 인사도 건네고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거실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왁자지껄 게임도 하며 밤을 보냈습니다. 게임 중에 한일 세계 문화유산에 대한 퀴즈는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 날은 '자람 도서관'이라는 작지만 아늑한 마을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워크’캠프 이니만큼 적당한 노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벽화 그리기, 잡초 뽑기, 돌 옮기기 세 팀으로 나누어 일을 했습니다. 저는 벽화 팀이었는데, 도서관 직원 분이 사포에 미리 그려두신 밑그림에 크레파스로 자유롭게 색을 칠을 했습니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몇 십장의 그림이 합쳐져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라 너무 막연한 그림에 어떻게 하나, 내 것만 너무 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벽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나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혼자 다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책장과 벤치 등에 페인트칠을 하고 책 정리도 도왔습니다. 일을 하면서 어제 미처 얘기를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서 공동 작업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작업을 마무리 하고나서는 저희가 오기 전과 확연히 달라진 도서관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녁에는 소감 발표와 베스트 캠퍼를 뽑았는데 한명 한명의 소감을 다 들으며 벌써 끝나가는 캠프가 아쉬워졌습니다.

마지막 날은 저희 조가 아침 당번이었는데,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신 카린씨가 남은 재료로 전날 밤 음주를 즐긴 친구들을 위해 김치수프도 준비해서 특별한 메뉴가 추가됐습니다. (전날 베스트 캠퍼로 뽑힌 유우씨가 늦잠자서 지각한 건 비밀^^) 식사를 마치고는 마지막 일정인 강화역사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모르는 건 설명도 해주며 자유롭게 박물관을 견학하고, 박물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강화고인돌로 이동해 전문가 선생님께 설명도 들었습니다.

코끝을 에는 바람에 설명에 집중은 잘 안됐지만 추운 날씨 덕분에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하며 못 다한 이야기들을 열심히 나눴는데, 생각보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한국말로 얘기하고 싶어 하는 일본 친구들이 많아서 놀란 한편, 일본어보다 한국어로 더 많이 말도 걸어주고 한국어도 많이 알려주면 좋았을걸 하고 조금 후회도 했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해서 일본은 물론 많은 한국인 친구들도 만나게 되어 정말 좋았고, 단순한 교류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도 할 수 있어서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한일국제워크캠프’라는 타이틀에 충실한 캠프였습니다. ‘사람을 남겨가자’라고 말했던 한 참가자의 말처럼, 여기서 시작된 인연을 쭉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취지의 캠프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발전해나갔으면 좋겠고 다음번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