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야마현 난토시에서 국제페스티벌 인턴십 / 이송미(동아대학교)

 

토야마현 난토시에서 국제페스티벌 인턴십 / 이송미(동아대학교)

 

2012년 , 저는 토야마현 난토시에서 여름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오사카를 3박 4일의 짧은 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타국에서 살게 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난토시로 가기로 결정하기 전, 토야마현 난토시는 조금 생소한 곳이었고, 한국인은 별로 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괜찮을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배우고,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국인이 많은 도쿄보다는 난토시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난토시로 인턴십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난토시에 처음 간 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주변 풍경을 둘러볼 새가 없이, 짐만 내려 놓고 저를 데리러 오신 시청 직원 분을 따라 바로 일할 곳으로 사전답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게 된 곳은 난토시청 안에서도 난토시 관광협회라는 곳이었습니다. 첫 만남이 어색하진 않을까, 첫 인상이 안 좋지 않을까 걱정하며 따라갔지만,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처음 보는 저를 어색해 하시면서도 반갑게 인사해주셨습니다.


↑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일본 토야마현 난토시의 갓쇼즈쿠리 전통가옥) ↑ 

 

난토시의 풍경은 맑아져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난토시의 특징 중의 하나가 산거촌이라 하여, 예부터 집들이 전부 뿔뿔이 흩어져있는 형태를 띠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파트나 맨션이 모여 있기 보다는 거의 주택들이 즐비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홈스테이 했던 집도 전철역에서 15분정도 떨어져 있는 주택이었습니다.


늘 전차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서 본 난토시의 거리는 드라마 속 세트장 같은 느낌입니다. 거리가 참 조용하고, 건물들이 높지도 않고 아기자기하기 때문입니다. 카페 앞에는 조그맣고 귀여운 인형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논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집안으로 조그마한 개구리가 들어오기도 하고, 전차를 타고 바깥을 보면 책에서만 보던 큰 새들이 논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용해 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차를 타고 또 조금만 나가면 쇼핑할 수 있는 큰 마트들이 눈에 들어오는 재밌는 곳입니다. 


제가 있었던 난토시 관광협회라는 곳은 난토시청의 관광과와 연계하여 난토시의 관광, 축제홍보, 팸플릿 제작, 관광에 관한 모든 일 등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또한, 관광협회는 난토시안에서도 퍼져있는 다른 관광안내소의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편, 토야마현은 토야마시, 난토시 등이 합병된 곳이기 때문에, 난토시는 토야마시와 함께 PR활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과와 달리,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는 곳도 많고, 직원들이 전부 특정 행사의 자원봉사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관광협회로 관광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외국인들도 자주 방문해옵니다.

저는 그 협회 안에서도 본부와 이나미 관광안내소, 조하나 관광안내소, 고카야마 관광안내소에서 일했습니다. 안내소에서는 그 곳에 찾아오는 관광객 안내 이외에 주로 체험과 팸플릿 한국어 번역, 행사 보조 스텝 등의 일을 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제가 간 곳이 관광과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체험은 물론이고, 신문 인터뷰, 지방 라디오 홍보방송, 전통행사 스텝, 해외프로모션 참여 등을 할 수 있었는데, 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덕분에 짧은 기간인 2개월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어색했던 방송매체였던 신문이나 TV카메라가, 신문사진 촬영, 인터뷰나 행사 때마다 보여서 익숙해진 신문 기자분이나, 홍보방송으로 TV에 출연했던 분을 만나거나, 어색한 일본어로 지방 라디오에 짧게나마 나갔던 일 등은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 더욱 더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7월에는 관광협회 본부, 이나미 관광안내소, 조하나 관광안내소에 한주씩 머무르며 견학이나 체험하는 일을 주로 했으며, 체험이 없는 날에는 난토시 관광 홍보책자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 관광객 안내 등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체험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나미’의 ‘남부하쿠운’이란 곳에서 조각 체험을 했던 일입니다. 이나미는 본래 나무 조각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조각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장인들이 조각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한 조각체험은 전문적인 조각 보다, 귀여운 동물 조각이었습니다. 남부하쿠운에서는 여러 가지 조각 뿐 만 아니라, 매년 해마다 그 해의 동물에 맞는 동물 조각을 신사 등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내년 뱀의 해를 맞아, 뱀을 귀엽게 캐릭터화한 것을 조각했습니다. 연습을 몇 번이나 했지만, 그래도 고수의 실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지방신문에서 남부하쿠운의 취재를 하러 와서 조금 긴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취재 대상은 조각이었고, 저는 간단한 인터뷰만 했지만, 인터뷰라는 것은 언제 해도 긴장이 됩니다. 다음으로 난토시의 7월에는 ‘네츠오쿠리 마츠리라는 축제’를 열립니다. 3일정도 열리며,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입니다.

저는 셋째날 전부 구경하였는데, 첫날은 퍼레이드도 열리고, 포장마차들로 사람들이 많이 붐벼서 관광협회 직원분들과 가벼운 회식으로 끝이 났지만, 둘째날은 불꽃놀이를 보고, 셋째 날은 가장행렬에도 참가했습니다. 일본의 마츠리답게 여성들은 아름다운 유카타를 입고 축제를 즐기고, 야키소바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은 셋째 날에 열린 전통춤공연이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온 팀들이 악기를 이용한 전통춤이나, 군무 같은 전통 춤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팀들의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이루어진 팀이나, 대학생들이 모여 전통 춤을 추는 팀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축제가 열린 날, 근처에서는 그 지역의 전통춤 공연도 펼쳐졌습니다. 한편, 마지막 주에 일했던 고카야마라는 곳에서도 전통 춤을 추며 악기를 연주하는 행사도 있었고, 전통악기인 샤미센을 연주하는 직원분도 계셨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홈스테이 했던 곳도 전통악기를 만드는 곳으로, 자제분들 또한 그 전통공연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이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추억은 7월 마지막 주에 머물렀던 ‘조하나’ 관광안내소에 있을 때는 혼자서 고카야마라는 지역을 ‘일본어 못하는 한국인 관광객’ 으로서 관광하고 오기 라는 미션을 받고 체험하러 돌아다녔던 것입니다. 고카야마는 전철도 다니지 않고 하루에 버스가 지정시각에 4대밖에 다니지 않는 산간지역입니다. 하지만, 고카야마 합장양식이라는 세계유산이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제가 돌아다니면서 관광객이라면 불편해 할 것들이나, 어떤 점을 고쳤으면 하는지 느낀 점을 말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시간 맞춰 버스타고, 한여름에 그늘도 없는 곳에서 걸어 다니느라 고생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팸플릿을 보며 돌아다니고, 안내소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오히려 짧게 체험을 했을 때 보다 훨씬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8월에는 2012 한국관광프로모션 준비와 실제 프로모션, 각종 축제와 고카야마 관광안내소의 체험 등으로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실제로 2개월 동안 체험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지만, 힘들었던 일이 한국관광프로모션이었습니다. 2012 한국 관광프로모션은 난토시와 토야마시가 협력하여 3박 4일 간 서울과 부산에서 실제 민간 기업에 시(市)를 PR하고, 시민에게도 홍보하는 행사입니다. 제법 큰 행사이기 때문에, 가기 전에 두 시의 관계자들 끼리 만나 행사에 대해 의논하고, 행사와 관계된 물품준비 등으로 저도 관광과 직원분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민간 여행사나 관광 관련 기업을 방문하여 관광 상품 연계 등을 논의하기도 했으며, 직접 방문할 수 없는 곳은 관계자들을 직접 초대하여 관광 설명회와 리셉션 등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또 부산에서는 전통 공연, 경품 추첨과 함께 일반 시민들에게 팸플릿 등을 나눠드리며 직접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행사에서 주로 했던 일은 관계자분들께 나눠드린 ‘무라카미가’라는 중요문화재 가옥에 대한 한국어 설명서 오역부분을 고치기도 하고, 일본 스텝분들의 한국어 통역, 난토시 프로모션 DVD 편집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또 부산에서는 시민들에게 팸플릿을 나눠드리며 직접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9시, 10시까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통역도 하고 홍보도 하며,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일이 힘들었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홍보라는 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고, 간단한 통역이었지만 제가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는 점이 보람 있었습니다.

또 8월말 쯤에는 Sukiyaki Meets the world라는 국제 음악 페스티벌과, SCOT라는 국제연극제를 체험했습니다. 스키야키는 일본어이지만, 외국인들이 제일 쉽게 발음할 수 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옛 일본 노래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하여 스키야키라는 친숙하면서도 발음하기 쉬운 단어로 노래제목을 삼은 것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외국 가수들이 많이 참가합니다. 


쉽게 볼 수 없는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하는 곡의 장르도 매우 다양합니다. 또 오픈된 공연뿐만 아니라, 클럽 안에서도 공연을 하며 공연장 내에서도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음악 페스티벌을 체험하는 한편, 스키야키를 보러 오신 한국의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과 자라섬 페스티벌의 관계자 분을 만나 한국의 음악축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한편, SCOT라는 국제연극제는 토가라는 지역의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제로, 올해는 리어왕, 신데렐라 등의 연극이 공연되었습니다. 이 SCOT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공연되는 창작연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공연되는 이 창작연극은 화려한 불꽃놀이가 공연 중간 중간에 터지며 연극을 더욱 더 극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비록 모든 연극이 일본어로 진행 되어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대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주 정도 고카야마 관광 안내소에서 간단한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주로 했던 일은 팸플릿 번역과, ‘코키리코’라고 하는 전통춤 공연 스텝, 관광객 응대 등이었습니다. 관광에 필요한 한국어 표현 회화서를 만들고, 번역을 주로 많이 했지만 다양한 관광객들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카야마에는 세계유산인 합장양식 마을이 있어 다양한 외국인과 다른 지역에 사는 일본인들도 많이 찾아오고, 제가 있었던 2주간은 전통춤 ‘코키리코’ 공연이 있어, 더 많은 분들을 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코키리코’ 공연에서는 티켓 판매, 관광객 안내 등을 도와서 했는데 공연을 매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쓰이는 일본어 회화를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카야마 안내소를 끝으로 2개월간의 인턴활동을 마무리 했습니다. 일본으로 출발할 당시에는 2개월이 길게만 느껴졌지만, 더웠던 여름을 바쁘게 보내고 난 후 그 여름을 다시 돌아보니 2개월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글로 적고 보니 2개월 간 많은 체험을 했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나며, 뿌듯하기도 합니다.

 

특히 8월에는 일본과 한국을 오고가며 이사도 많이 하고 안내소도 옮기다 보니 더 바빠 한 달을 한 주처럼 보낸 것만 같습니다. 2개월 동안 제일 많이 한 업무는 번역과 응대였습니다. 주로 난토시에 관한 팸플릿 번역을 했는데, 처음 보는 일본어나, 전통과 관련된 단어를 번역하기 힘들어 직원들에게 물어보며 꽤 고전했습니다. 또 관광객들을 응대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전화응대나 경어였습니다.

직접 대할 때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응대를 할 수 있었지만 전화 같은 경우는 말로 의사전달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일본어를 써야만 하지만 당황하면 틀린 일본어가 나와 더 당황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경어가 늘 고민이었는데, 정확한 경어를 쓰기 어렵고 아무리 써도 익숙해 지기 어려워 고생도 했습니다. 그나마, 2주간 머물렀던 고카야마에서 다른 안내소에서 보다 더 많은 관광객 응대를 해서 경어가 조금 익숙해졌다고 느끼고 있을 때,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여러 관광 안내소를 다니면서도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한국인 관광객을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가끔 한국인 관광객도 난토시를 방문해왔지만, 엔화 상승, 동일본 대지진의 방사능 피해 등으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이 확연히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토시 관광과 직원들도 그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신문기사로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꼭 하고 싶었던 한국어로 안내하기는 끝까지 할 수 없었지만, 대신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 저를 배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늘 고마웠습니다. 식성에 맞지 않을까 홈스테이 하는 곳마다 김치를 사다 놓으시고, 마지막에는 장난삼아 어느 집 김치가 맛있었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습니다.

 

어딜 가나 일본어와 일이 전부 미숙한 저를 배려해주시는 친절한 분들만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턴을 하러 가기 전에는 일본어와, 일본의 문화, 업무 등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떠났지만, 돌아온 후에는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인간관계의 소중함이나 인생에 대해 좀 더 진지해야 함을 느꼈습니다.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과 알게 되었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을 느끼며, 저는 늘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나, 일을 해도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보는 시각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접한 사회생활에서 느낀 점은 내 장래에 대해 조금 더 진심으로 생각하고 대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 또한 그것들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좋은지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조금 더 많이 한국을 알리고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