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일워크캠프를 떠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설렘과 동시에 긴장도 되고 2박3일 이라는 시간이 걱정도 되었던 것 같다. 낯선 친구들과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값진 선물을 받고 돌아온 것 같아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우리는 먼저 명동에 있는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에 모여서 태권도 체험을 했다.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한번도 해본 적 없는 태권도가 낯설었지만 선생님께서 너무 재밌게 알려주신 덕에 태권도를 하는 내내 너무 재밌기만 했다. 하지만 이천에 오고 나니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태권도 부작용이 나는 친구들도 나를 포함해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태권도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이천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치히로라고 하는 일본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갔는데 어찌나 잘 맞고 재밌던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이야기 꽃 을 피웠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화는 일본어에 대한 점이었다. 나는 일본어과라 일본어를 문법과 같은 면을 중요시 배워왔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어 문법 중에 사역,수동,사역수동 이런 것이 나에겐 아직까지도 너무 어렵게만 다가왔다.
그래서 치히로에게 그런 점을 하소연 하듯 말했더니, 치히로는 그런것이 있냐고 놀랄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른 친구한테 말을 하더니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 그런데 일본인들은 의식하지 않고 쓰니깐 사역수동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잘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직접 이렇게 들으니깐 나는 반복해서 외워도 그 다음을 배우면 또 까먹고 사용하기도 어려운 말들인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을 하고 있고, 또 그걸 의식조차 못 한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오다보니 어느새 버스는 이천에 도착해버렸다. 우리는 곧장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깔끔하고 컸다. 우리가 좀 일찍 도착한 탓에 난방을 켜놓지 않으셔서 좀 서늘하긴 했지만 금방 모든 방이 따뜻해질 정도로 난방이 잘 되었다. 우리는 숙소안에서 티비도 보고 무서운 얘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수다의 꽃을 피워나갔다. 그러다 보니 저녁을 먹었고, 저녁을 먹어도 출출했던 나는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어 치킨 얘기를 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얘기가 커져서 급기야 우리는 치킨과 피자를 배달 해주는 곳을 찾았고 약 10만원 어치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밤에 조촐한 우리만의 파티를 가지면서 더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얘기를 끝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얘기에 얘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왔다. 나는 우산을 못가지고 와서 친구와 같이 썼는데 오히려 더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시내버스를 타고 봉사활동을 할 농장을 찾아갔다. 거기서 나와 효진언니, 치히로, 아츠미가 한 조가 되어서 꽃을 따는 일을 했다. 가위로 다 피거나 봉우리가 큰 꽃을 잘라서 모으는 것이었다. 처음 해보는 농장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즐거웠다. 효진언니는 워낙 싹싹하고 일도 잘해서 농장 주인아주머니께서 칭찬을 하기도 하셨고, 아츠미와 치히로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을 텐데 다들 너무 잘 해주어서 같이 하는 나도 일이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다 핀 꽃들을 위주로 잘라오면 선물로 준다고 하셨다. 나는 흥분해서 농장에 있는 꽃을 다 주워 담을 기세로 자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많은 꽃을 얻어온 우리는 숙소에서 플로리스트로 빙의해 꽃들을 색깔별로 맞추어서 친구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봉사활동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니 너무 즐거웠고, 또 농장 주인아주머니께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힘이 나고 보람찼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봉사활동을 끝내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는 각자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던 맥주와 과자, 안주등을 꺼내어 놓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은 바로 마피아게임! 평소에도 내가 너무 좋아하던 게임이었는데 선아가 룰을 정확히 잘 알고 있어서 일본인 친구들에게도 제대로 다 설명을 해주어 같이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하고 어려워 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다들 너무 재밌어 하고 심지어 마피아였는데 시민인 척을 너무 잘하기 까지 했다. 정말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목이 쉬었고 결국 마지막날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날 했던 마피아게임은 정말 평생 못 잊을 추억이 되었다. ^^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길면 긴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2박3일이 정말 이렇게 한순간에 지나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무 아쉬웠던 마지막날. 우리는 산수유 축제를 보러 갔다. 사실은 산수유 축제가 아직 시작한 것이 아니였지만, 우릴 위해서 특별히 사물놀이 공연을 준비해 주셨던 것이다.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즐겁게 사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고 또 아빠 선물로 산수유 막걸리를 살 수 있었다.
근처에 다른 산수유 축제장이 있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잠깐 가는 사이에 우리는 또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중, 또 나를 놀라게 했던 사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일본의 꽃미남, 일명 ‘イケメン’은 거의 70~80%정도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이었다.
유코 언니를 통해 들은 이야기였는데 다른 친구들도 공감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우리는 아무리 잘생긴 꽃미남이라고 해도 바람을 피우면 자기 친구한테서도 욕을 먹기 바쁠텐데 일본인들은 “아 걔는 잘생겼으니깐”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한다. 정말 놀라울 뿐 이였다. 물론 모든 일본의 이케멘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또, 내가 일본에 갔을 때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들을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그곳이 교토라 그런건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일본인들은 원래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선 손도 잘 잡지 않는다고 했다. 어디만 가면 더 붙지 못해서 안달인 우리나라 커플들에 비해 일본커플들은 상당히 매너가 좋은 것 같았다.
요즘 한국에는 ‘에로철’이라고 해서 지하철에서도 상당히 보기 민망할정도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는데 이런 면은 우리가 좀 본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워크캠프의 마지막 여정으로 두 번째 산수유 축제에서 우리는 기념이 될 만한 사진도 많이 찍고, 페이스페인팅도 해보았다. 시호언니는 나비를, 마리는 꽃을, 수빈이는 이니셜을, 그리고 나는 하트를 얼굴에 그려 넣었다. 그 지역 미술 선생님께서 직접 해주셨는데 생각보다 다들 너무 예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비록 마지막 날에 시간이 지체되어서 예정에 있던 세계문화유산을 보러 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그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2박3일동안 우리가 처음만나서 헤어지기까지 어디서도 못 얻을 소중한 추억을 여기서 다 얻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금이 시험기간이라 다들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시험기간이 끝나면 모두 다 연락을 해서 만날 계획이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들 내게는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언니랑 동갑친구들, 그리고 동생들이 모두 귀여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그만큼 내가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뜻이 아닐까?
누군가 내게 외국인과 특히, 일본인과 함께하는 대외활동을 물어본다면 나는 일초도 주저 하지 않고 이 한일포럼 워크캠프를 추천 할 것이다. 이번 캠프로 인해서 나는 일본에 대해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고, 더욱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할 계기까지 얻게 되었다.
너무 값진 선물을 받게 해준 한일포럼에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이번 캠프를 통해 두고두고 꺼내어 볼 수 있는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추억을 얻게 되었다. ^^
(p.s 유코상~ 2박3일동안 저희 파파라치 해주시느라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덕분에 너무 즐겁게 잘 다녀올 수 있었어요~ 다음에 명동으로 놀러갈게요!! 우리그때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