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포럼 구마모토 아시아희망캠프 참가 소감문 (2013.8.19.~8.24) 아주대 영문과 김정우

나는 지난 2013년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열린 구마모토 아시아 희망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와 여기 저기 공부를 하느라 지쳐있었던 마음을 재충전하고 싶었고, 아시아 각국의 대학생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흥미를 느꼈다. 또한 이번 워크캠프는 일본인과 일본문화에 대해 제대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신청서를 내고 난 후 전화로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고 메일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첫 날의 아침 한일포럼에서 안내해 준대로 버스를 타고 구마모토의 집결지로 향했다. 구마모토의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자 미리 도착해 있었던 한국인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들이었지만, 여행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 할 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첫째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일찍 밥을 먹고 또 다른 집결지인 구마모토 국제교류회관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앞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고, 통역을 맡아 줄 한국인 인턴학생들과 스태프 분들을 소개 받았다. 그 후 버스를 타고 캠프가 진행될 아소 국제 청소년 교류 회관으로 가게 되었다. 가는 도중에 메밀 소바를 만드는 체험을 하러 가게 되었다.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대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메밀을 반죽하고 자르다보니 어느새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소바만들기 체험이 끝난 후에는 아소 국제청소년 교류회관으로 가서 짐을 풀고 나서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강사님의 약간 과장된 듯한 행동에 놀라기도 했지만 강사님의 지도대로 동작을 하나씩 따라하고, 서로의 생일이나 좋아하는 계절 같은 공통점을 찾아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캠프파이어를 하게 되었다. 지난 레크리에이션 시간 때 분과회 별로 모여서 만든 댄스를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춤추고 아시아 각국의 전통 춤 같은 것들을 즐겁게 따라하고 추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져 있었다.

둘째 날에는 분과회 별로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속한 분과회는 공정무역을 주제로 다루는 분과회였다. 자기소개를 나눈 뒤 첫 시간에는 무역 게임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자원을 적게 받았지만 생산도구와 자본을 많이 보유했던 조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 결과를 통해서 공정무역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목적으로 지지받고 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페어 트레이드 쿠마모토 시티 추진 위원회에 의한 강연회가 있었다. 쿠마모토 시가 페어 트레이드 시로 지정된 배경과 동시에 공정무역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돕는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강연회 후 지금까지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셋째 날에는 아소에서 공정무역상품을 다루는 카페로 가서 초콜릿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여고생 3명이 가나에 가서 아동노동의 현장을 보고 공정무역의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일본으로 돌아와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바게인을 펼치는 것을 다룬 영화였다. 오후에는 그동안 배웠던 것을 토대로 내일 다른 분과회에 설명해야 하는 순서가 남아있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 후에는 셔플 분과회를 통해 다른 분과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분과회별로 보고를 마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어로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조금 긴장도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끝났다. 다른 분과회의 보고를 듣거나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모든 순서가 마무리되고 워크캠프 폐회식이 이어졌다. 폐회식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즐겁게 활동했던 사진들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보여줬다. 그 후에 우리는 아소 산의 정상을 둘러보고 해산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워크 캠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언어와 행동의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회관의 규칙이었을 수도 있지만, 츠도이(つどい)라는 특이한 시간이 매 아침과 저녁마다 있었다. 언뜻 한국의 매 아침 조회같은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이 달랐다. 회관에 머무르고 있는 각 단체들이 대표자의 인솔 아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의 스케쥴에 대해 서로 공지를 해줬으며, 예의를 갖춰 경례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규율에 대해 모두들 숙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예의나 형식을 갖추는 것을 중요시하는 일본인의 의식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러한 츠도이의 경우는 한국에도 도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과회 활동 중에도 느낀 것이 많았다. 무역게임의 경우, 나와 같은 한국인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반면 일본인의 경우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또는 이런 식으로 가면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을 통해 게임을 전체적으로 평등하게 결과를 내려고 했다. 또,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 또한 상대방의 말을 자른다거나, 곧바로 반박하는 일 없이 끝까지 경청하고 난 후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인상 깊었다. 

또한,
 일본인들이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토론의 경우 한국에서는 서로의 주장을 중시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견을 비판하여 상대방을 꺾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는 토론을 할 때에도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하는 대신 존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일본인 학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적극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언뜻 일본인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같은 숙소를 쓰던 일본인 학생들이 청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물쭈물 하면서 어렵게 말을 건네는 것을 보며 왜 저렇게 어렵게 돌려서 이야기를 할까 하는 답답한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쉬는 시간에 잠깐 배드민턴을 치고 있던 우리 한국인 학생들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후쿠야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질문도 해오고, 또 한국에 대한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줘서 고마웠다. 또, 같은 분과회에 있었던 마리상처럼 시민단체와 연계하는 등 사회 운동에 적극적인 대학생이 있었던 것도 매우 인상깊었다.

물론 대외활동에 대해서 한국인 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긴 하지만, 일본인 학생들처럼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의 시민단체들과 연계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리 상에게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를 했었던 경험을 말해줬는데, 마지막 날 헤어질 때 조만간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에서 인턴으로 일해보고 싶다고도 말해서 조금은 놀랐다. 어찌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일단 자신의 머리 속에서 결론이 나면 행동으로 실천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학생들보다 앞서 있는 것 같았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둘째 날의 설명회에서 설명을 해 주셨던 사토 코우스케 씨를 비롯한 시민단체에 관련된 분들에게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토 씨의 경우 9.11 테러 당시 자신이 세계에 무엇을 공헌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씀하셨다. 원래는 작은 어업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이러한 페어트레이드 운동을 알게 되어, 잠시 휴직을 신청하고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한국의 경우 일반 직장인이 퇴직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사토 씨도 회사와 휴직 대신 퇴직을 요구받았다며 웃기는 했지만, 그러한 것을 받아주는 회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 사회가 한국보다는 비교적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국인에 비해서 일본인의 경우가 더 자그마한 것에서 감동을 받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날에 헤어지는 것은 매우 아쉬웠지만 그동안 친해졌던 마리 상과 후쿠야 상에게 한국에서 사온 기념품을 건네주자 엄청나게 기뻐해서 조금 겸연쩍기도 했다. 특히 다음날 자유여행을 다니다가 후쿠야 상에게 소중히 하겠다는 답신을 받은 것은 매우 기뻤다. 어떻게 보면 자그마한 물건이지만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자그마한 배려에도 일본인은 감사하는 자세가 있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일본인 어린아이가 국같은 것을 엎지르면서 쓰러져서 닦아주었더니 지도교사가 달려와서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인사를 해서 조금 쑥쓰러웠다. 마지막 날 해산식에서도 특별 영상을 틀어 줄 때에도 같은 분과회의 일본인 남자 친구가 감동을 받았는지 울음을 터뜨려서 매우 놀란 적이 있었다. 일본인은 가장 자그만 행동에서도 쉽게 감동을 받는 것 같아 인상에 남았다.

일본인의 행동 중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것 중에 하나는 친절함이었다. 물건을 사거나 할 때 거스름돈의 경우 일일이 세어서 확인시켜주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회관 내의 매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러 갔을 때 300엔짜리 물건을 사는데 5천엔 밖에 없어 그것을 건네주자 매점 아주머니께서는 일일이 그 것을 세어서 보여주셨다. 한국의 경우 그냥 알아서 거스름돈을 건네주고 손님이 세는 반면에 일본은 건네주기 전에 거스름돈을 직접 손님의 앞에서 일일이 세어서 보여주고 확인시켜주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던 것 같다.

친절함 뿐만 아니라 질서 정연한 자세 또한 일본인의 경우가 더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교류 회관이었지만 특별히 더럽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다소 신경을 쓰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개개인의 물품을 터치하는 부분에 있어서 프라이버시를 신경쓰는 부분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면서도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분과회 도중 마실 물을 나눠 준 후 누가 남겨놓은 물통에 대해서 이게 누구 것인지 일일이 찾아서 넘겨주려 하는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버려도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의 분량도 적었고, 그 정도라면 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인의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터치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조금은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언어의 표현도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똑같은 일본어를 쓰긴 했지만 나는 직접적으로 좋고 싫음을 이야기했고, 일본인들은 어떤 의견이나 의사 표현을 할 때에도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거나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어떤 것에 대해 나쁘다 좋다 라는 것을 확실히 말하면 오히려 자신에 관해 말한 것이 아님에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당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뚜렷한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인이 아닌 아프리카, 인도인의 경우에는 한국인이나 일본인보다 더 적극적이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동양권의 사람들에 비해 확실히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었다. 캠프파이어의 도중에 전통춤을 보여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해서 한 가지는 얻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에는 역시 장벽은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른 국적,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금방 친해졌던 것 같다. 또,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힘써준 아시아희망캠프 주최 측과 구마모토 국제 교류 회관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엄청난 폭염과 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행사진행을 위해 발벗고 뛰어다닌 실행위원과 한국인 인턴 학생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국제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