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체험과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쿠마모토 후루사토 / 김유나(백석예술대 음악학과)

 

다양한 체험과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쿠마모토 후루사토 / 김유나(백석예술대 음악학과)

 

저희 이모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나고야에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모를 찾아뵙기 위해 일본에 자주 왕래하게 되었고,자연스레 일본의 문화를 접하게 되었으며 일본어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한자 문화권이다보니 한자의 의미를 통해 읽지 못하더라도 문화적 소통이 가능했고, 다른 외국어에 비해 일본어는 한국어와 문법이 비슷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문장을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부분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어 드라마나 영화 또는 책을 통해 몇년간 공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일본어 실력이 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아, 역시 한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현지에서가 아니면 한계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단기간이라도 지금까지처럼의 여행이 아닌 제대로 된 일본에서의 생활을 해 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후루사토 프로젝트가 모두 끝난 지금 이렇게 후기를 쓰려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처음 일본에 도착해 쿠마모토 교류회관 까지 찾아가던 길이 생각나네요.

처음 만난 현지인에게 길을 묻고도 대답을 이해하지 못해 길을 헤매던 한달 전의 제가 이제는 꽤 멀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 도착한날. 한달동안 생활했던 제 6카이다빌딩 뒤 쿠마모토 중앙 우체국 가는 길.

 

먼저,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쿠마모토시 국제 교류회관이 실시한 맨투맨 수업료면제 일본연수 '후루사토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도착 직후 일본인 자원봉사자 분들의 시간에 맞춰 한 달 치의 수업 스케쥴이 미리 나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없었지만) 수업이 없는 날도 있습니다.

보통 하루 한시간 반 또는 세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게 됩니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첫 시간에 말씀드리면, 최대한 그 것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 주십니다.

그리고 수업 이외의 시간을 이용해 자원봉사자 분들과 따로 약속을 잡아 쿠마모토의 여러 명소 또는 쿠마모토에서 멀지 않은 다른 지역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고, 서도나 차도 등 여러 가지 체험도 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곳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들은 일본어를 배우고 계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꿈꿀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과 저의 취약점인 한자, (프로그램을 마친 후, 이모가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경어, 그리고 jlpt1급 공부 였습니다.

 

 

기본적인 수업은 교류회관에서 복사 내어 주시는 문제지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본문을 읽고 모르는 단어나 문법 등을 질문하면 자원봉사자 분이 설명을 해주시고 같이 문제를 풀어보는 식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같은 경우는 자원봉사자 분들과 함께 매일 다른 주제를 선정하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한자는 세오상이라는 자원봉사자 분과 함께 한자의 모양을 세분화 시켜 각 부분별 모양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여 익히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더 빠르게 외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경어와 jlpt공부는 이마나카상과 함께 수업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 이외의 시간에도 따로 약속을 잡아 문제집을 풀기도 하고 예문을 만들어 보기도 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업 시간만을 놓고 본다면 공부 시간이 너무 짧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그 이외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아마 매일 배움이 가득!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 처음 잡혔던 수업 이외의 스케쥴은 야츠시로의 하나비였습니다.

 

 

- 야츠시로!

 

마츠모토상과 교류회관의 여러 스텝분들, 인턴분들과 함께 쿠마모토에서 한시간 조금 넘게 떨어진 야츠시로로 하나비를 보러 갔습니다. 처음 타보는 쿠마모토의 노면전차와 JR큐슈, 처음 본 일본의 야타이 등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엄청난 인파가 모인 야츠시로에서까지도 빛을 발하는 일본인의 질서 의식이었습니다.

 

한국에도 여러 관광 명소에서의 불꽃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지만, 불꽃 놀이보다는 사방에서 치이는 내 몸을 지키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야츠시로에서는 통제하는 사람 없이도 모두가 줄을 서서 움직였고, 누구 하나 앞사람을 밀거나 하는 일 없이 옷깃만 스쳐도 '스미마셍'하고 먼저 사과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 덕분에 야츠시로에 도착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계속해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 일본인의 훌륭한 질서의식을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의 전통놀이 '윷놀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세미나 실 가득 모인 가운데에서도 일본인의 질서의식은 변함없이 드러났습니다.

임선생님의 지시 없이도 세미나 실에 들어오면서 신발을 정리하고, 기다리고 있던 저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럽게 줄을 맞춰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야츠시로의 하나비에 이어 다시 한 번 감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수 3주차에는 젊은 시절 쿠마모토성의 가이드 활동을 하셨던 이데 상과 함께 쿠마모토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인 쿠마모토 성을 방문하였습니다.

 

-맑은 날의 쿠마모토 성.

 

우리나라의 관광지나 문화재를 방문해보면 흔히 눈에 들어오는 낙서, 쓰레기 등은 역시 일절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쿠마모토 성 안 박물관 여기 저기에 한글로만 쓰여져 있는 '만지지 마시오','사진 촬영 금지' 등의 경고 문구를 보면서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문화재 여기 저기에 카메라를 들이대었던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체험활동이 있었습니다. 후루사토 프로젝트 내의 체험활동도 다양했지만 그 뿐만 아니라, 교류회관의 안내데스크나 커뮤니티 보드 또는 안내문들이 놓여 있는 곳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가기전에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류회관을 잘 활용하세요!)

저는 커뮤니티 보드에 자기소개문을 게시하여 만난 일본인 친구와 함께 관광객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나 숨어있는 개성있는 가게들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그 친구의 친구들이 열고 있는 파티에 참석하여 진짜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가 보기도 하였습니다.

 

* 자원봉사자 분들은 모두 저희를 배려해 천천히, 정확하게, 쉬운 단어로 말씀해 주셔서

수업 중의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만, 파티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제가 알기 쉬운 단어보다는 실제로 본인이 평소에 주로 사용하는 단어들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로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순간, 수업시간에 '아, 이 정도면 일본인과 일상적인 대화는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제가 자만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또 부딪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 실제로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실제 일본인이 말하는 속도와 발음을 그대로 따라가 주어야만 합니다.

시험 공부를 위한 CD의 녹음된 일본어 속도와는 차원이 다르지요. 언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꼭! 친구를 사귀세요!)

 

 

- 'AZITO'에서 친구들과

 

제가 쿠마모토에 머물렀던 11월에는 특별한 마츠리가 없어 아쉬워 하던 도중 교류회관의 게시판에서 '쿠마모토 국제 문화 교류제전'의 포스터를 발견하고 참가하였습니다.

각 국의 전통 음식과 공연 등 여러가지 문화체험이 가능했지만, 저와 친구들이 가장 관심있었던 부분은 역시 전통 의상 체험이었습니다. 교류회관의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집에 초대 받아 일본 가정 요리를 함께 만들어 먹으며 간단하게 기모노 체험을 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 후리소데의 화려한 기모노는 입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후리소데의 기모노는 결혼한 여성은 입을 수 없으며,주로 성인식 때 아주 화려한 악세사리와 함께 착용한다고 자원봉사자분께서 설명 해 주셨습니다.

옷 자체도 화려하지만 악세사리들도 굉장히 화려하기 때문에, 후리소데의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은 누구라도 다 예쁘게 보인다고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어서인지 저와 제 친구들도 본인이 너무 예쁘게 보여서사진도 많이 찍고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기모노를 벗을 시간 쯤엔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였습니다.^^

 

-기모노 입은 사진

 

일본에 올 때면 항상 느끼는 부분이긴 하지만, 매일 쿠마모토의 거리를 돌아 볼 때 마다 깨끗한 거리에 감탄하곤 했습니다.좁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는 쓰레기통과, 건물마다 구비되어 있는 재떨이 때문에 한국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길 위의 쓰레기나 담배 꽁초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밤의 노면전차.

 

지하철이 없는 쿠마모토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 대중 교통 수단은 '노면전차'였는데요,

그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연이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는 쿠마모토의 모든 물은(식수 포함)예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지하로부터 끌어 올리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땅 밑 공사를 할 경우 지하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와 같은 이유 때문에 땅 위를 다니는 대중 교통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이 '노면전차' 라고 자원봉사자 선생님께서 설명 해 주셨습니다.

 

쿠마모토하면 떠오르는 '쿠마몽'.

-쿠마몽 지갑.

 

쿠마몽은 손수건에도, 펜에도, 핸드폰 고리에도, 이렇게 지갑에도, 심지어 쌀이나 고구마같은 농산물의 포장지에까지 정말 어디에도 다! 있다. 쿠마모토에서는 어디를 가도 쿠마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와 있는나고야에서도 쿠마몽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쿠마몽은 지금 일본 전 지역으로 출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쿠마모토에서 쿠마몽을 보았을 때에는 여느 곰과 같은 귀여움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쿠마모토에서 돌아갈 쯔음에는 쿠마몽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도 한국 내에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역명이 있는 것 처럼, 일본 내에서도 쿠마모토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쿠마모토 시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쿠마몽을(쿠마모토를) 알릴 수 있도록 쿠마몽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쿠마모토 내의 많은 상인들이 자신의 상품에 쿠마몽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지금은 일본 전역에 쿠마몽이, 그리고 쿠마모토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쿠마몽은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 쿠마모토와 일본을 더불어 알리는 데에 이바지하는, 영향력 있는(?) 곰돌이로 성장하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사랑하는 마음과 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그 마음을 어떠한 행동으로 전혀 옮기지 않고 있는데, 쿠마모토의 일본인들을 바라보며 마을을 사랑하고 그 마을의 자연을 소중히 하는 모습은 꼭 배워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마음은 조그만한 것이겠지만 그 마음 하나 하나가 모여 힘을 가지게 되면 나라 전체에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겠지요.

저도 한국에 돌아가면 지금껏 지녀왔던 그런 마음들을 어떤 식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쿠마몽 덕분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서..

일본에 도착해서부터 줄곧 들어보고 싶었던 일본인의 생각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자원봉사자 분께 여쭈어 볼 수 있었습니다. 위안부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한 생각, 그리고 독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에 대해 여쭈었는데, 듣게 된 내용은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일본어와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제 자신이 너무나 미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 일본어 실력이 부족해서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한글로 열변을 토하며, 한국에 돌아가서 역사 공부와 함께 일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꺼내기 까지도 어려웠고 또 마음도 너무 아팠지만, 이런 것들은 일본에 와서 일본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어 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 들인 만큼 듣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쿠마모토의 야경. 눈으로 봤던 아름다움에 비하면 반의 반의 반도 안되는 정도의 사진이지만 너무 예쁘다.

 

후루사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어 있는 체험 말고도 경험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을 반짝 반짝 빛나게 해줄 훌륭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여태껏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고만 생각해왔었는데,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일본조차도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에 한 달 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쿠마모토 생활을 하기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분명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한일 포럼과 쿠마모토 국제 교류 회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