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포' 현실···명동서 사라진 "이랏샤이마세"

'엔저 공포' 현실···명동서 사라진 "이랏샤이마세"

[머니투데이 송지유,이지혜 기자][엔화 가치 2년새 30% 추락…명동상가 매출 30% 줄고 면세점·호텔도 일본손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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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여파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수가 눈에띄게 줄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면세점에서 쇼핑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사진=임성균 기자

서울 명동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윤지숙(가명·49)씨는 요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직격탄은 윤 씨 가게뿐 아니다. 명동 매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윤씨는 "명동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일본인 손님이 끊긴 적은 없었다"며 "중국과 대만 손님들이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매장 임대료에 직원 월급주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엔저 공포'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 명동 상가와 면세점, 호텔 매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명동 의류·화장품 매장은 최근 1새 매출이 30∼40%씩 감소한 곳이 수두룩하고, 면세점·호텔 업계도 일본인 매출이 줄어 비상이 걸렸다. 

원-엔 환율(100엔당)은 2012년 1월 1500원선에서 지난해 1월 1200원선으로 가파르게 하락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1000원선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2일에는 2008년 9월 9일(996.7원) 이후 가장 낮은 997.4원(오후 3시 기준)까지 떨어졌다. 2년만에 엔화 가치가 30%나 추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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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기영
◇"엔저 무섭네"…日 관광객 4년만에 '최저'=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 여행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인 관광객수는 253만3000명이다. 겨울시즌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월평균 20여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2월 관광객 수를 감안해도 지난 한해 일본인 관광객이 300만명을 넘지 않는 셈이다.

일본인 관광객수가 300만명을 넘지 못한 것은 2009년 이후 4년만이다. 2008년 237만8000명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수는 2009년 305만3000명으로 연간 300만명 시대를 열었다. 2012년에는 351만9000명으로 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 일본지사가 이달 'JTB'와 'KNT' 등 일본 여행사의 방한 여행 예약률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40~50%씩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경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해외여행을 꺼리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며 "겨울 휴가나 골든위크 같은 굵직한 연휴에도 한국보다는 일본 국내 여행을 즐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명동상가·면세점·호텔 초비상…매출 30% 줄어=일본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았던 명동 상가와 면세점, 특급호텔은 울상을 짓고 있다. 명동 상가들은 매출이 1년전보다 30∼40% 줄었다. 명동 의류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만해도 이정도로 일본인 손님이 줄어들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며 "일본어가 능통한 직원을 해고하는 매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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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기영
면세점과 특급호텔도 일본인 관련 매출이 30%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연휴기간 기준 전체 투숙객의 60% 이상이 일본인이었던 호텔롯데는 타격이 큰 상황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은 일본인 관광객 비중이 높아 엔저 타격이 생각보다 심하다"며 "앞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더 줄어들면 진짜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사능 공포로 주춤했던 한국인의 일본여행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반전될 조짐이 뚜렷해 보인다. 하나투어는 이달 말 설 연휴 일본을 찾겠다는 고객들이 전체 해외 여행객의 18.5%로 가장 많았다. 엔화 가치가 떨어져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경비 부담이 한결 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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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이지혜기자 cl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