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이랏샤이마세"의 실종

 

명동 "이랏샤이마세"의 실종

엔화 하락, 이상 한파 등으로 日관광객 30~40% 감소… 앞으로 타격 더 클수도

송지유 기자, 이지혜 기자, 전혜영 기자, 김태은 기자|2013.01.11 17:53
"명동 거리를 휩쓸던 일본인 관광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조금씩 줄어드나 싶더니 올 들어서는 빈자리가 더 큽니다. 엔화 하락 때문에 일본 고객의 1인당 구매 금액도 20~30%는 줄었습니다." (명동 A화장품 대리점 사장)

"일본인 고객들이 지갑을 더 열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만해도 5만엔을 주고 살 수 있는 제품을 이제는 5만5000엔은 줘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말연시 중국 손님은 급증했지만 일본 큰 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전체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B면세점 관계자)

서울 명동 쇼핑가와 면세점 등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갈수록 줄고 있다. 엔화가치 하락과 이상 한파, 한일 관계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감소한 모습이다. 

일본 관광객 감소 타격이 가장 큰 곳은 '쇼핑 1번지'인 명동의 화장품 매장. 지난해 연말과 올 1월 현재 매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40% 감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지난해 중국인 고객은 전년대비 100% 이상 늘었지만 일본인 고객은 되레 50% 줄었다. 이 매장 김철 점장은 "일본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달팽이와 뱀독 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화장품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중국 고객은 구매금액이 적어 앞으로 일본 고객이 더 줄면 매출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관계자도 일본 관광객 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중순만해도 엔/원화 환율이 1370원(이하 100엔당)을 넘었지만 이제는 1200원 수준"이라며 "지난 연말부터 올초까지 일본 관광객 구매금액이 전년대비 30% 감소했다"고 했다. 

면세점도 일본어가 잘 들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면세점 일본인 방문객수는 전년대비 20% 줄었다. 이 기간 중국인 방문객수가 80%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롯데면세점을 찾은 일본인 유이나씨(29)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1만엔에 구입한 제품을 이제는 1만1000엔 이상 줘야 살 수 있다"며 "엔/원화 환율이 불과 2개월도 안 돼 10% 이상 떨어져 쇼핑하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항공·여행업계도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급감을 걱정하고 있다. 올 1∼2월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지난해 11∼12월 사전 예약을 했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절실하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는 3∼4월이후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낮아진 엔화 가치를 톡톡히 느낄 전망이다. 

일본 관광객 전문인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일본인으로부터 6만엔을 받던 여행상품을 이제는 엔화 하락으로 7만엔을 받고 있다"며 "엔/원화가 1200원이 무너져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일본 관광객의 한국 방문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난 연말에 한국으로 인센티브 단체 여행을 오는 일본 기업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전 조짐이다. 

항공업계도 엔화 가치 하락→일본인 고객 감소의 연쇄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부 항공사는 비용 대비 고객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주 4회 운항하던 제주-나고야 직항을 이달 7일부터 2월말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제주항공도 이달부터 제주-오사카 노선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항공사 관계자는 "엔화 약세 등으로 일본인 고객 탑승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어 운항을 제고한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엔화 약세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2년만에 엔/달러 환율은 89엔까지 높아졌고 올해 100엔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11일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하고 10조3000억엔의 재정 투입을 포함해 총 20조2000억엔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엔화가치가 더욱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