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관보 “한국이 뭐라고 할 일 아니다”

 

일본 차관보 “한국이 뭐라고 할 일 아니다” 2014-02-23

 

 


시마네현 행사 현장 가보니 의원 19명 역대 최다 참석

“일본 땅” 억지쓰기 릴레이

시마네현이 주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 22일 행사장인 시마네 현민회관 밖에서 독도수호전국연대 등 한국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경찰에 둘러싸인 채 태극기를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쓰에(시마네현)=서승욱 특파원]

제8회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인 22일 일본 행정구역상 독도를 포함하고 있는 시마네(島根)현 현청 소재지 마쓰에(松江)시는 완전히 우익들의 놀이터이자 축제장소였다. 기념식이 열린 시마네 현민회관을 넥타이를 맨 우익들이 장악했고 회관 밖은 검은색 점퍼에 트레이닝복, 깍두기 머리의 우익단체 회원들이 기세를 떨쳤다.

 우익의 수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사상 처음으로 정부 고위관료를 파견하자 예상대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500여 명이 참석한 기념식장 단상은 정부 대표인 내각부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영토문제 담당 정무관(차관보급)과 국회의원들이 가득 채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국회의원 아이돌'로 불리는 신지로(進次郞)를 비롯, 역사상 가장 많은 19명의 의원이 모습을 보였다. 전국에서 몰려든 기자들의 수도 지난해의 세 배가 넘는 120명이었다. 동해 쪽 시골 동네 시마네의 억지부리기 수준이던 행사가 준정부 행사급 이벤트로 격상됐다. 시마지리 정무관은 인사말에서 “다케시마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영토”라며 “시마네현 여러분들의 지혜를 전수받아 끈질기고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념식 참석은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다른 나라가 뭐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익 의원들이 차례로 마이크 앞에 섰다.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을 이끄는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는 “한국이 다케시마에서 패션쇼를 열고, 각종 시설을 증축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몸 한쪽을 빼앗긴 것처럼 아프다”고 말했다.

 민주당 각료로선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마쓰바라 진(松原仁)은 “오늘 기념식에서 확인된 힘을 일본 전체에 퍼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의 이시무라 신고는 “한국엔 다케시마를 빼앗겼고, 북한엔 사람이 납치당했다. 일본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은 일본을 나쁜 국가로 규정한 자학적인 헌법”이라며 헌법 개정문제를 들고 나왔다. 최고의 주목을 받은 고이즈미 신지로는 회담 뒤 기자들에게 “오늘 행사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식 도중 참석자 가운데서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웃나라로 잘 지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만 나와도 참석자들 일부는 “에이~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야유를 보냈다.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 극에 달한 대회였다.

행사장 밖에선 경찰과 우익단체의 대치가 계속됐다. 400여 명이 총출동한 시마네현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동원해 우익 차량들의 행사장 주변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그러자 우익단체 홍보차량들은 기념식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차량 확성기를 통해 “한국사람을 모두 죽이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했다. 험상궂은 인상의 우익단체 회원들이 서너 명씩 짝을 이뤄 한국 기자들 주변을 맴돌았다. 경찰들은 “일본말을 할 줄 알면 일본어를 해라. 한국어는 위험하다”고 한국 기자들에게 주의를 줬다. 

 한국 시민단체와 일본 우익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독도수호전국연대 회원 7명은 경찰의 보호 속에 10여 분간 항의 집회를 열었다. 우익 10여 명은 경찰을 밀치며 “바퀴벌레 같은 한국사람들 다 죽어라”고 목청을 높였고, 20대 일본 여성은 서툰 한국말로 “×새끼”라고 연신 외쳐댔다. 또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는 행사장 주변에서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적힌 전단을 뿌리다 일본 우익들과 시비가 붙었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시마네현 주민들은 행사에 무관심=행사장 주변 분위기는 우익 일변도로 흘렀지만 정작 마쓰에의 일반 주민들 사이에선 이날 행사에 대해 무관심했 다. 마쓰에 시내에서 만난 익명을 요청한 한 60대 노인은 “아베 정권에 들어와 영토 문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사실 다케시마의 날에 별 관심이 없다.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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