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획]日 섬에 도시처녀 12명 오던 날… 즉석에서 커플 9쌍 탄생

“잘 가세요, 그리고 신부가 돼 꼭 다시 오세요.” 지난해 9월 15일 일본 도쿄 도 미야케 섬 부두에서 여객선이 도쿄를 향해 출항하고 있다. 이 여객선에는 미야케 섬 남성들과 미팅을 하러 온 여성 12명이 타고 있었다. 미팅에 참가한 남성뿐 아니라 섬 주민들까지 나와 “다시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도쿄 도 미야케 촌 제공
낙도 총각을 장가보내기 위해 도시 여성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청춘 남녀에게 이성 교제 기술을 강의하며, 부모들과 ‘자녀 결혼시키는 법’ 상담하기…. 

결혼전문업체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지역 상인회, 부녀회, 관광협회 등 민간단체들도 적극 후원한다. 청춘 남녀의 결혼에는 사실상 마을 구성원이 모두 나선다. 결혼 지원을 지역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일본은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섬 남성들과의 미팅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성들이 지난해 9월 14일 도쿄 도 미야케 섬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있다(왼쪽 사진). 사가 현 사가 시는 지난해 11월 22일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화장 전문가를 초청해 결혼 이벤트에 참가한 여성들에게 화장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도쿄 도 미야케 촌·사가 현 어린이미래과 제공
시마콘(島コン)… 임도 찾고 여행도 하고

지난해 9월 14일 오전 5시경 도쿄(東京)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미야케(三宅) 섬에 여객선이 도착했다. 항상 오가는 여객선이지만 이날은 특별했다. 섬 총각을 만나러 도시 여성 12명이 이 배를 타고 왔다. 이들은 도시에 살면서도 섬 여행을 즐기는 소위 ‘아일랜드 걸’이었다.

여성들이 아침식사를 마치자 건장한 섬 남성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19명이었다. 각자 소개를 한 뒤 남녀 1쌍씩 의자에 앉아 둘만의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들이 의자를 바꿔가며 전원이 이성 탐색전을 펼쳤다.

안면을 텄으니 이제 몸을 움직일 차례. 이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저녁 파티 찬거리를 마련했다. 낚시를 하는 팀도 있고 야채나 과일을 준비하러 가는 이들도 있었다. 섬에서 태어나 자란 남성들이 보디가드 겸 안내 역할을 맡았다.

드디어 저녁시간. “제가 잡은 참치입니다. 한 번 맛보세요.” 남성들이 대형 생선을 바비큐 불판에 올리자 여성들은 “와∼”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파티장 뒤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도쿄 도심에선 경험할 수 없는 이색 풍경이었다. 

파티가 끝난 후 마음에 드는 이성을 종이에 적어 냈다. 즉석에서 9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커플들은 해안에 준비된 의자로 향했다. 짝이 없는 남녀들도 다 함께 바다로 갔다. 갑자기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펑’ 하며 터졌다. 참석자들의 탄성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미야케 섬 관광협회에서 일하는 히라노 나쓰(平野奈都·여) 씨는 지난해 열린 ‘시마콘’을 이같이 떠올렸다. 시마콘은 섬을 뜻하는 ‘시마(島)’와 미팅을 뜻하는 ‘고콘(合コン)’의 합성어로 섬에서 열리는 미팅을 뜻한다. 미야케 섬의 경우 관광협회 등이 주도해 2012년부터 매년 한 번씩 시마콘을 열고 있다.

여성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시마콘에 참석한다. 도쿄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에서 1박을 하고 미야케 섬에서 1박을 한다. 마지막 날은 자유 일정. 대부분 파트너 남성이 섬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2박 3일은 도시 여성들이 섬의 매력에 푹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 시마콘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는 여객선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성도 보인다. 

지금까지 시마콘을 통해 결혼에 성공한 커플은 두 쌍. 모두 여성이 미야케 섬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현재 사귀고 있는 커플도 4, 5쌍이나 된다. 

미야케 촌 교류사업추진협의회가 시마콘을 주최했지만 상공회 청년부, 관광협회, 여객회사 등이 총출동해 협력했다. 불꽃놀이의 경우 미야케 섬 상인연합회가 일부러 시마콘에 맞춰 날짜를 잡았다. 여객선이 섬을 떠날 때는 마을 사람들이 나와 손을 흔들었다. ‘신부가 돼 다시 오라’고 기원하며.

참석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미야케 촌 교류사업추진협의회가 설문한 내용을 익명으로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미야케 섬은 처음이었지만 무척 좋았다. 특히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격했다. 이처럼 후한 환대를 받은 것은 지금까지 없었다. 다시 꼭 오고 싶다.”

“남성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정말 재미있었다. 현지 주민이 아니라면 가볼 수 없는 곳에도 다녀왔다. 이번 투어에서 알게 된 분들과 계속 교류했으면 좋겠다.”

시마콘 기획자 중 한 명인 히라노 씨는 “섬에 대한 이해가 높고 섬 투어를 즐기는 도시 여성들이 있다. 그런 여성들을 초대하면 섬 남성들과 좋은 만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남녀 15명씩 모집했다. 도쿄에서 여객선이 출발하기 직전 여성 참가자 3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오지 않았다. 반면 남성은 슬금슬금 수가 늘더니 19명이 됐다. 남성들의 ‘투지’를 높이기 위해 주최 측은 성비 불균형을 허용했다. 

주최 측은 도시 여성과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는 남성 참가자들을 위해 △먼저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섬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여성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등의 예절을 사전 세미나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시마콘을 여는 곳은 미야케 섬뿐만이 아니다. 도쿄 하치조(八丈) 섬(9월 5∼7일), 나가사키(長崎) 현 고도(五島) 열도(7월 11∼13일), 히로시마(廣島) 현 요코(橫) 섬(8월 24일), 홋카이도(北海道) 데우리(天賣) 섬(8월 30, 31일) 등도 지난해 시마콘을 열었다. 

이 행사의 경비는 미야케 섬에서 2박 3일 일정에 1만5000엔(약 14만 원). 국토교통성 낙도진흥과는 앞으로 ‘낙도활성화교부금’을 이용해 이 행사 비용 일부를 보조할 계획이다. 미야케 섬의 경우 총 행사 비용 중 최대 3분의 1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결혼 못한 이유 분석해 드립니다”

지난해 11월 22일 사가(佐賀) 현의 사가 시내 한 사무실. 결혼 적령기의 여성 6명이 모여 화장 전문가의 설명을 들었다. 전문가가 한 여성에게 밝은 톤의 색조화장을 하며 “화사하게 얼굴을 꾸미니 훨씬 예뻐 보인다”고 말하자 참석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전문가는 이성에게 호감을 주는 화장법에 대해 강의한 뒤 직접 한 명 한 명에게 비법을 알려줬다.

같은 사무실 내 칸막이 맞은편에선 남성 7명이 대화술에 대해 전문가 강의를 듣고 있었다. 전문가는 “분위기를 띄우는 농담 한두 가지는 비장의 카드로 준비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사전 세미나를 들은 후 핵심 행사인 ‘결혼 이벤트’에 참여했다. 가벼운 식사를 하며 남녀가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와 결혼 이벤트를 기획한 사가 현 어린이미래과의 소에지마 사토코(副島聰子·여) 저출산대책담당 계장은 “결혼 이벤트 때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세미나에서 배운다. 실전 효과가 높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사가 현이 주도해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실시한 결혼 이벤트는 모두 15건. 이벤트를 통해 두 커플이 결혼에 성공했다.

도야마(富山) 현 난토(南礪) 시에선 현지 아주머니 120여 명이 중매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난토 시청 직원들과 함께 희망자를 받아 과거 교제했을 때 왜 결혼까지 이르지 못했는지 분석해 준다. 이성을 만났을 때 호감을 끌 수 있는 법, 맵시 있게 옷 입는 법, 호감 가는 말씨 등도 조언해주고 있다. 현재 중매인의 컨설팅 명부에 이름을 올린 희망자는 370명.

난토 시는 2011년부터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38쌍을 결혼시켰다. 2013년 3월에 결혼한 긴다이 사토미(金代鄕美·여)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긴다이 씨는 “결혼은 하고 싶었지만 이성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중매인 아주머니가 내 부모보다 더 열심히 이성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난토 시가 주도하는 사업이어서 믿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젊은이들의 결혼을 지원하는 일본 지자체는 수두룩하다. 가가와(香川) 현은 고교생과 대학생을 상대로 연애강좌를 열고 있다. 부모 세대들도 초대해 자녀를 결혼시키는 노하우를 강연하고 있다. 고치(高知) 현은 연애심리학자의 강좌를 듣게 한 뒤 곧바로 맞선 형식의 결혼 이벤트를 연다. 


지자체가 결혼 지원에 나서는 이유

일본 내각부가 2014년에 펴낸 저출산사회대책백서에 따르면 생애 미혼율(50세 시점에서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1980년 남성 2.6%, 여성 4.4%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의 경우 남성 20.1%, 여성 10.6%로 급증했다. 남성 5명 중 1명은 50세가 될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에 이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결혼이 늦어지거나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 일본 젊은이들은 결혼을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내각부가 2013년 말 전국 미혼자 229명에게 결혼 의향을 물은 결과 70% 이상이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결혼 의향이 있는 미혼자 164명에게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설문(복수 응답)하자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46.3%)라고 답한 이가 가장 많았다. 이어 ‘희망하는 조건을 충족시킨 상대와 만났을 때’(37.8%), ‘결혼의 필요성을 느낄 때’(32.9%), ‘이성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30.5%), ‘일에 안정감이 생겼을 때’(28.0%) 등 순이었다.

지자체들은 이 설문 결과를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결혼을 하기 위해 멋진 상대를 만나고 싶어하고 또 스스로 결혼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 결혼에 나선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소에지마 계장은 “결혼 희망자의 경제력은 지자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만남의 기회 제공이나 결혼 동기 부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역시 지자체가 젊은이의 결혼을 후원하는 배경이 됐다. 난토 시 시장정책실의 우노 유키오(제野幸男) 결혼활동지원계장은 “난토 시는 인구 감소가 심해 25년 후에는 현재 5만 명 인구가 3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2011년 시청 안에 결혼활동지원 부서를 설치하고 전력으로 젊은이들의 결혼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본 때문인지 일본의 저출산 추세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은 2005년 1.26명으로 저점을 찍은 후 꾸준히 높아져 2013년에는 1.43명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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