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 참가후기 (이하은/성신여자대학교)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주관하여 실시한 '쿠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에 참가한 저는 성신여자대학교에 재학중인 이하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4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후루사토 프로그램을 통해 쿠마모토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일본어 실력이 뛰어난것도, 일본어를 전공하는 것도 아니기에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런 두려움이 무색할 정도로 즐거운 일이 가득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 연수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의 일본어수업, 그리고 쿠마모토의 명소를 관광하거나 다양한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본격적인 수업전인 오리엔테이션시간에 담당 선생님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본어 실력도 체크하고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지 조율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시험을 위한 일본어 공부만을 해왔기 때문에 직접 일본어로 이야기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회화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기를 원했고, 실제 수업도 회화를 큰 비중으로 두고 진행되어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1:1 혹은 1:2로 수업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들께서도 원하는 수업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학생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십니다. 책을 통해 주제를 정해놓고 프리토킹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며 물 흐르듯이 회화수업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서투르고 어색한 일본어지만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할때에는 그때그때 바로잡아주셔서 책으로만 공부했던 일본어와 실용일본어는 역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몇번이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첨삭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어로 읽을때는 어색하지 않지만 일본어에서는 어색한 표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배웠고, 미묘한 뉘앙스차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업 외에도 산토리 맥주 공장, 쿠마모토성, 사쿠라노바바 죠사이엔, 스이젠지공원, 교부테이, 아마쿠사 등의 견학과 서도, 화과자 만들기 등 현지에서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중간중간 있었기에 한달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동행해주신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께서 현지의 모든것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고 현지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쿠마모토에서 지내면서 일본은 '친절'이 곳곳에 녹아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과 직원분들은 물론이고, 쿠마모토의 모든 분들이 정말 친절하게 저를 대해주셨습니다. 

가까운 분들 뿐만 아니라 생활속 모든 부분에서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가 계산대로 가면 직원들은 항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고 가장 먼저 말합니다. 포인트 카드를 줄때도 소중한 것인것 마냥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네줍니다.

특히나 제가 의외의 곳에서 발견한 친절이 있습니다. 바로 신호등입니다. 물론 쿠마모토에 있는 모든 신호등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거리나 번화가 등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보행자용 신호등에는 빨간불과 파란불을 알리는 신호등외에 또 다른 표시등이 하나 더 붙어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파란불이 켜질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빨간불로, 건너는데에 '남은 시간'은 파란불로 알려주는 신호등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건너는데에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은 많지만, 다음 신호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은 상당히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신호까지 어느정도 기다리면 되는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친절'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귀국을 앞두고 택시를 이용한 일이 몇번 있었는데, 비싼 택시요금에 망설여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서 옮기기에는 무거운 짐이 너무 많아서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자 계속 괜찮다고 하시면서 짐을 싣고 친절히 에스코트까지 해주셨습니다.

차에 타는 짧은 순간에도 차문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손으로 막아주시고 문을 닫아도 괜찮은지 몇번씩이나 확인해주셔서 비싼 택시요금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짐을 일일히 내려주시면서 (한국에)조심히 돌아가고 앞으로도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느꼈던 작은 친절 하나하나가 모여서 쿠마모토에서의 한달이 더욱 더 즐거웠습니다.


 

  쿠마모토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또 다른 일본에 대한 인상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강한 나라라는 점이었습니다. 쇼핑을 할 때에도, 길을 돌아다니며 풍경을 볼 때에도, 어딜가든 눈에 들어오는 쿠마몬은 쿠마모토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캐릭터에 열광하는 것이 자칫 유치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쿠마몬은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고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홍보와 굿즈판매를 통한 수입원이라는 수단이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이 되어 모두의 친구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쿠마몬 스퀘어에서 쿠마몬의 공연을 볼때에도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쿠마몬을 보며 웃고, 악수하며 좋아하는 모습에 저 또한 절로 행복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며 쿠마몬은 물론이고 일본의 캐릭터산업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컨텐츠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돌아왔고,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현지인들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캐릭터를 유치하다고 치부하지 않고 누구나 즐기는 분위기가 일본의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는데에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쿠마모토와 일본을 충분히 즐기기에 한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그만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관광지와 명소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 강 옆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것, 전차나 버스에 올라 바깥구경을 하는것이 저에게는 모두 그림과 같은 풍경처럼 다가왔습니다. 또 기회가 있다면 쿠마모토에 다시 방문해서 제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혹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주저말고 신청하셔서 뜻깊은 경험을 하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자 선생님여러분과 후루사토 프로그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Write a comment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