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서포터 후기 (나예슬)

저는 2015년 2월부터 6월까지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주관하는 한국어 서포터-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예슬이라고 합니다.

사실 한국어 서포터를 신청하게 된 계기는 스스로의 일본어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도 없었고 직장에서도 일본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일본어 실력 알 수 없었기에 실제 일본인들에게 통용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또 가능하다면 이제껏 공부해 온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어 하던 차에 우연히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한국어 멘토링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자가 많아서 활동을 빨리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안내받은 것과는 달리 저는 운 좋게 히로바라운지를 방문하여 신청서를 작성한 다음 주부터 바로 한국어 멘토링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한 자원봉사였는데 막상 첫 수업일이 다가오니 과연 내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오히려 한국 이미지를 좋지않게 만들거나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비록 수업에선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밤을 새워 수업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서포터 활동 첫날, 히로바에서 만난분은 첫 번째 학생인 마에하라상 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일본인에 대한 생각은 조금은 소극적이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첫수업이라 긴장하고 있는 저에게 농담도 건네시고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신 덕에 오히려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에하라상은 사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이 아니었고, 한국에 어학연수를 오려고 고려하고 있던 중에 여행을 겸하여 히로바라운지에서 한국어서포터를 경험해 보러 오신 것이어서 두 번째 수업부터는 다른 분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두 번째 학생인 나루세상과 2월부터 6월까지 계속해서 한국어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적인 자료 외에 한국어 교재나 교구가 없었고 나루세상이 회화위주로 수업을 받고자 하셨기에 2월은 회화위주로, 또 한국에서 생활하며 생기는 의문점에 대해 질문을 받으며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아무래도 교재 없이 프리토킹만으로 진행을 하니 수업도중 처음 의도했던 주제를 벗어나기도 하고, 질문과 답변이 길게 이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웠습니다. 분명히 처음 확인했을 때 나루세상의 한국어 실력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서 프리토킹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업진행도중 단답형으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고 서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해서 의도와는 달리 한국어실력을 향상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빠르게 회화로 진행하다보면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을 지적, 수정을 하더라도 수업도중에 나올 문법을 완전하게 예상할 수 없어 관련부분에 대한 문법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혹시 이 후기를 보고 한국어 서포터를 신청하시는 분들이라면 프리토킹이라고 해도 반드시 교재를 준비하시거나 문법교재를 병행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와의 담소처럼 흘러가버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분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3월부터는 나루세상이 한국어학당에서 사용하셨던 교재로 문법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며 회화를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재를 가지고 문법수업을 하게 된 이후로는 우선 숙제검사 후 본문을 읽고, 문법 설명, 이후 예제에 적용, 연습 후 관련 문법을 사용하여 질문, 또는 약간의 회화 순으로 진행하였습니다. 

<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 >

첫 번째,  문법수업을 하면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의식하지 않고 사용했던 말들이 외국인들에게는 따로 배워야만 하는 문법이라는 사실이 당연하지만 새로웠습니다. 또한 문법적으로 정확하다고 해도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내용이 교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각 과마다 대화로 이루어진 본문이 있었는데 간혹 너무 어색해서 외국인에게 오히려 사용하면 이상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의미는 비슷하지만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문법, 관용구, 속담 등을 알려주고 격식을 차려야할 때, 손윗사람 또는 친한 지인에게 사용하는 말 등을 구분하여 한국어를 사용함에 있어 어색함을 없애고자 하였습니다. 문법을 공부하거나 단어를 외우는 것은 물론 강사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혼자서도 가능한 부분이기에 이런 부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겠지만 일본인은 틀렸다, 잘못되었다 또는 혹여 남에게 좋지 않게 들릴 수 있는 말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확실하게 답변을 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업을 하며 스스로가 제대로 된 일본어를 구사하고 있는지, 혹여 일본어 문법이 틀리거나 잘못된 단어선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발음하는 것이 맞나요? 이게 문어체인가요, 등의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이 맞나요?” 하고 질문을 하면 맞다고 답하고, 다시 다른 것이 맞는지 물으면 그것 역시 맞다고 대답해주셨습니다. 한동안은 아직 친해지지 못해서 그렇게 답하는 건지, 도대체 어떤 게 맞다는 건지 왜 다 맞다고만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확실하게 대답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과 질문을 맞나요? 라고 하면 “네”라고 대답하고 “틀렸나요?”라고 물으면 대답하기를 어려워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否定的와 ネガティブ중에 어느 것을 많이 사용하나요?와 같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고, 그러면 어려움 없이 답을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남들에게 싫은 내색을 잘 하지 않고, 속마음을 숨기는 성향이 있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인사를 잘한다, 습관화 되어있다 라는 점 입니다. 말로 하는 인사는 물론이고, 작은 성의표시도 몸에 배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들을 별일도 아닌데 늘 잊지않고 습관처럼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습관에 불과하다 해도 듣는 이의 기분을 기쁘게 만든다는 것, 화를 누그러뜨리게 만든 다는 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특별한 일도 없이 일본과자를 선물 받거나 여행을 다녀오면서 잊지 않고 선물을 챙겨주시곤 했습니다.

일본에는 기념품이나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만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성의를 표시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행지에 가서도 일본에 돌아가서도 나를 잊지 않고 생각해 주었다는 그런 마음이 사실 맛있는 과자보다 더 고마웠습니다.

  이번 한국어 서포터 활동은 일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스스로 한국어를 더 공부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더욱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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