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월 국제워크캠프 in 인도 참가후기 (백민정/경찰대학교)

◉ 운명적인 ‘인도’와의 만남

 

 작년 겨울,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도 여행’ 붐이 불었습니다. 평소 인도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저는 무작정 인도로 떠나는 친구들이 그저 걱정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다녀온 친구들이 인도에서 겪은 경험담들을 말해주는 것을 듣고 -기차에서 쥐와 함께 잠에 들었다, 도착한 첫 날 호텔에서 가방을 잃어버렸다,사기꾼과 싸움이 날 뻔 했다 등- 저는 그런 나라에 왜 굳이 여행을 가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저는 늘 꿈꿔왔던 국제워크캠프 팀리더에 지원하게 되었고 인도 콜카타에 가게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 2주간의 워크캠프와 혼자 떠나는 1주간의 여행.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저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의 3주를 겪은 마지막 날, 저는 친구들에게 이러한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 인도가 너무 좋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 워크캠프의 시작과 끝은, 소중한 한국 친구들과 함께

 

 제가 이번에 참여한 인도 워크캠프는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주제는 ‘Street Children Welfare’로 길거리 아이들과 함께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활동이었습니다. 한국인 참가자 7명과 외국인 참가자 7명이 함께 활동을 하였고, 특히 저희 한국인 참가자들은 출국 전부터 기념품 등을 공동구매하면서 열심히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 실제로 한국 전통과자, 연날리기, 제기차기, 색칠용품 등의 준비물을 챙겨온 참가자는 저희뿐이었고, 2주 내내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

 

 한국 친구들은 출발 전 서로 아이디어를 나눌 때는 조금 어색하였지만, 함께 봉사를 하고 밤새 고민거리도 이야기하며 점점 친해졌습니다. 호스트 패밀리의 숙소에서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친구들과 매일 저녁 문화를 교류하면서도 ‘한국 친구들은 분위기 메이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소중한 친구들을 얻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환승과 장시간 비행을 같이 하며 더욱 친해진 우리들

   주말 다 함께 인도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 우리를 부르던 목소리, ‘안띠~’

 

 호스트 패밀리의 집이 있는 ‘MADHYAMGRAM’ 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SEALDAH’ 역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들은 매일 아침 사람들로 만원인 기차를 뚫고 들어가 자리싸움을 해야 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면 기진맥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SEALDAH’ 역 근처에 제대로 된 집도 한 채 없이 맨 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우리를 부르던 목소리, ‘안띠~ 엉끌~’ 한 마디에 거짓말처럼 힘이 생기곤 했습니다.

 

 20여명 남짓 되는 길거리의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이국적인 외모의 우리가 신기하지도 않은지, 처음 보는 날부터 우리의 품에 꼭 안겼습니다.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기에 제 품은 작았고 제 팔은 약했지만,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세게 저를 꼭 안아주곤 했습니다. 어느 때는 조용히 아이들을 안고 있으면 아이들의 심장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길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지 않냐며, 그렇게 봉사활동 할 시간에 먹을 것이나 입을 옷을 사주는 게 낫지 않냐고 물었던 사람들에게 저는 대답해주고 싶었습니다. ‘꼴라(안아줘)’라고 외치는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사랑이 전부라고 말입니다.

 

 

 

 

 

 

 

 

 

 

워크샵 시간을 통해 다음 날의 프로그램을 매일 준비했던 우리

 

 

 

 

 

 

 

 

 

 

매일 맛있었던 식사와 호스트 패밀리네 마스코트 고양이들


우리와 함께 활동한 SMILE NGO 단체는 길거리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아이들에게 A,B,C를 가르쳐서 무슨 보탬이 될까 의문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길거리를 떠나서 무언가 꿈을 꾸고 어떠한 일을 해나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고, 아이들이 길거리로 다시 돌아오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이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제 눈엔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이 ‘구걸’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이 아이들도 충분히 가르치고 꾸미면 똑똑하고 이쁠텐데,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제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 아이들의 현실을 알 수 있었을까요? 그러기에 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워크캠프’를 선택했다는 것이 잘 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워크캠프 기간 중 가장 힘들었지만 추억도 많았던 만원기차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 내 마음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게 한 나라, 인도!

 

 콜카타에 도착한 첫 날, 길거리에 차와 사람, 오토바이, 릭샤, 동물과 쓰레기들이 혼잡하게 뒤섞여있는 그 곳이 마치 지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저는 현지인보다 먼저 자연스럽게 길을 건너기도 했습니다.

 기차에 가득한 인파와 굳이 문 주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저럴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주 후 저는 그 곳이 최고의 명당임을, 그 곳에서 맞는 바람이 에어컨보다 더 시원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에서 그 누구와도 스치기 싫어 온 몸에 힘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자연스레 아주머니들의 몸에 기대 균형을 잡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어폰 소리에 묻혀 듣지 못했던 세상의 소리도, 비록 인도에서는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고함 소리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그 세상의 소리가 더 정겨운 것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힌두교. 처음 듣는 그들만의 종교에, 그리고 그들만의 이질적인 문화에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라나시 오렌지 군단의 – 힌두교 시바신 축제에 오렌지 색 옷을 입은 힌두교인들 – 행진이 즐거운‘축제’ 같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