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유흥수 대사 '명성황후 칼럼' 사과 요구 거부

【서울=뉴시스】박근혜 대통령을 '민비'에 비유한 산케이신문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 정치부 전문위원이 작성한 칼럼.<사진출처: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2015.09.15
【서울=뉴시스】박근혜 대통령을 '민비'에 비유한 산케이신문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 정치부 전문위원이 작성한 칼럼.<사진출처: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캡쳐> 2015.09.15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가 15일 산케이 신문 측에 박근혜 대통령을 일본 낭인에 의해 잔혹하게 시해당한 명성황후에 비유해 논란을 빚은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유흥수 대사는 이날 산케이 신문 본사를 직접 방문, 8월30일자 산케이 뉴스에 실린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 정치부 전문위원의 '미중(美中)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라는 제하 칼럼에 대해 "분노를 느끼게 하는 내용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국민을 모독하고 있다"며 삭제와 사죄를 강력히 촉구했다.


또 유 대사는 노구치 전문위원이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을 '사대주의'라고 폄하한 대목을 비판하면서 박 대통령이 방중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소극적이던 중국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유 대사를 만난 구마사카 다카미쓰(熊坂隆光) 산케이신문 사장은 "기사는 기자의 자유로운 논평, 평론이기에 삭제와 사죄를 할 생각은 없다. 자유 저널리즘의 표현은 자유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라며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노구치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열병식 참관이 내외정세 변화에 따라 사대주의 상대를 바꿔온 조선 말기를 연상시킨다며 한국이 그 때의 사대주의 DNA를 계승해 발휘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조선이 사대주의 상대를 교체할 때마다 일본이 존망의 위기를 맞았다고 망발하면서 조선을 독립시키려는 일본을 오히려 청나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도록 유인했다고 왜곡했다.


또 노구치는 명성황후를 비하하는 '민비'와 비정상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도착(倒錯)'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동원해 조선 말기에 박 대통령 같은 여성 권력자로서 '민비'가 있었다며 명성황후가 겪은 비운을 자세히 서술하면서 박 대통령의 불운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케이는 노구치의 칼럼이 한국 외교의 특징으로서 사대주의를 거론하고 박 대통령의 항일전쟁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관을 예로 들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노구치는 산케이 신문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경 우익 보수로 꼽히는 기자로 알려졌으며 주로 한국과 중국 등 과거사 문제로 대립하는 국가에 대해 뒤틀린 논조의 칼럼을 자주 실어왔다.

yjjs@newsis.com

Write a comment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