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이후 400여년…韓 드디어 日 넘어서나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김경윤 기자


임진왜란, 을사조약, 한일병합,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일본은 우리나라를 수탈하거나 한국의 역사적 불행을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한국인에게는 넘보기 어려운 거대 강국의 이미지를 굳혔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인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강한 경제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때 일부 학자들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침체의 길을 걸었고 그동안 한국은 꾸준하게 성장해 일본 경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임진왜란(1592∼1598년)과 일제강점기의 굴욕을 씻어내고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임진왜란 후 조선 경제 황폐화…농토 5분의 1로 줄어


1592년 임진왜란으로 조선은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전란으로 사망자가 늘어 인구가 급감했고 농토는 황폐화돼 재건까지 오랜 시간을 쏟아야 했다.

임진왜란의 잔혹함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현재 일본 교토(京都)에 남아있는 귀무덤(이총·耳塚)이다.

왜군은 전란 당시 조선군과 백성을 죽이고 머리 대신 코와 귀를 베어 그 수를 헤아렸다.

이들은 자신의 군공을 자랑하기 위해 이런 신체부위를 소금에 절인 뒤 일본에 가져오기까지 했는데, 이를 묻은 장소가 현재의 귀 무덤이다.

조선의 경제 역시 전란으로 난도질당했다.


임진왜란 직전 조선의 농토 규모는 약 150만결에 달했다. 1결은 미곡 300말(두·斗)을 생산할 수 있는 크기의 토지를 뜻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조사된 토지의 수가 5분의 1 수준인 30만결로 급감했고 이마저도 전란으로 인구 수가 감소하면서 경작할 사람이 부족해 제대로 경작되지 않았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장기간이 소요됐다.


광해군 당시 토지 규모는 54만결에 불과했고 숙종대에 이르러서야 140만결로 회복됐다.

곡식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일반 백성들의 생활은 더 곤궁해졌고 아사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굶어 죽는 이가 너무 많아서 군인만으로는 시신을 매장하기에 역부족이어서 승려를 동원해야 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1593년 선조실록은 "겨울에 굶어 죽고 얼어 죽은 이가 언덕을 이뤄 일반 빈집과 외진 곳에도 시체를 쌓아 놓았다"고 기록했다.

◇ 강점기에는 수탈 통해 산업 발전, 6·25 때는 경제 지렛대 삼아


19세기 말엽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다시 조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당시 일본의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전 총리는 조선을 일본의 '이익선'이라고 지칭하며 자국 주권을 안전히 지키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범위로 보았다. 이후에도 일본이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익'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1910년 일본이 한국을 강제병합하면서부터 강제 수탈이 시작됐다.

산미증식계획을 통해 3천900만t의 쌀을 일본으로 보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 등 자국의 산업발전을 꾀했다.

1940년대에는 태평양전쟁을 앞두고는 무기를 만든다며 민간의 놋그릇과 수조, 가마솥 등 쇠붙이는 모두 강제로 공출했다.

이 때문에 각 집마다 음식을 담을 그릇이 남아나지 않아 사기그릇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 경제는 세계2차대전의 패전으로 크게 주저앉았지만 6·25 전쟁을 계기로 다시 회복의 발판을 다졌다.

일본으로서는 일제강점기에 이어 한국전쟁까지 연달아 이웃국가인 한국의 수혜를 입은 셈이다.

이후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 한국의 일본 추격


한국은 오랜 기간 일본보다는 뒤지는 경제 상황을 견뎌왔지만 최근 들어 바짝 추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을 기점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으며, 한국이 반도체와 통신기기 부문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역전의 기미가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뒤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7천 달러 가량으로 일본(3만8천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는 지난해 한국 3만5천379 달러, 일본 3만7천519 달러로 큰 차이가 없는 상태이며 한국은 2018년에 4만1천966 달러로 일본(4만1천428 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에는 한국이 4만6천612 달러로 일본(4만4천329 달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5천727억달러로, 일본의 수출액(6천902억 달러)에 근접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는 한국이 1계단 상승한 25위로 6계단 떨어진 일본(27위)을 추월했다.


한국은 통일을 통해 도약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일후에 한국은 일시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인구가 8천만명으로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이 확대되는데다 남한의 자본·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면서 기대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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