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월 쿠마몬 후루사토 프로그램 참가후기 (김선화/광주여자대학교)

안녕하세요-♬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주관하여 실시한 구마모토 후루사토 프로그램 2월 참가자, 광주여자대학교에 재학중인 김 선화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떠난 일본여행을 계기로 일본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원래 관심 있게 봐 오던 일본계 기업, 커피와 디저트 등의 식문화가 많이 발달 해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공부와 더불어 그 나라의 문화를 내 몸소 느껴 보고 싶어 3년 전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났던 일본워킹홀리데이. 

 

언어도 능숙하지 않고, 문화도, 심지어 우리나라 땅이 아닌 낯선 나라의 땅에서 가족도, 친구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은 나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아주 먼 나라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인 일본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더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보다 넓은 사고방식을 가지기 위해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 그렇게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난, 일본어 인사말조차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으며 일본인이 간단한 말이라도 걸어오는 것 자체에 겁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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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에 머문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스스로 조금씩 노력한 결과 현지인처럼은 능수능란한 회화가 아니더라도, 비록 모든 말을 다 알아들은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듣는 것에는 익숙해진 터인지라 이번 한 달간에 걸친 일본어 공부는 전보다 수월하게,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짧은 한 달 뿐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꼈고 스스로도 조금은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달라져 있었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을 만큼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낸 시간이었다.

 

국제회관에서의 오리엔테이션 시간, 참가하기 전 보냈던 이력서를 보며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체크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는 어떤 것인지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또한, 공부 이외에 따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회화 위주의 수업을 원했고,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준비해 간 책(문제집)을 보여드리며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말해두었기에, 실제 수업에서도 회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진행되었기에 만족스러웠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일본어 실력이 상승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들과 1:1 또는 2:1로 진행되었으며,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기에 초반에는 만나는 선생님마다 자기소개를 해야만 됐기에 새로운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나에게는 조금 지루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기소개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되니 같은 말, 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전혀 다른 말이 되었고, 처음엔 쉬운 단어만 사용했으나 점차 살이 덧붙여지며 자기소개 하나는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정해진 주제 없이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주제를 정해놓고 토론과 같이 나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어갔다. 나의 의견을 듣고 내가 사용한 표현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또한 일본인이 많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짚어주셨다.

 

더불어 과제처럼 느껴졌고, 나에겐 무리라고 생각되었던 일기도 매일매일 쓰다 보니, 어느덧 하나의 습관이 되었고 그 일기들이 한 장 씩 모여 평생 간직할 하나의 보물이 되었다. 수십 년을 외국 땅에서 생활해도 현지인처럼 막힘없이 회화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의 정해진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현지인들과 부딪치며 생활하면 일본어를 잘할 수 있겠지‘ 하는 기대와는 달리 일본어 회화 실력이 갑자기 상승할 수는 없다. 나는 그러한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회화 위주로 수업을 한다고 해도, 나의 회화 실력이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 번 기회를 통해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가장 자신할 수 있는 것이 작문 실력이었다. 스스로도 처음 썼던 일기와 끝날 때 무렵 쓴 일기를 보고 큰 차이를 느꼈다. 처음의 일기에는 선생님께 보여드린다고 생각하니 ‘저는 이런 단어와 문법, 어려운 표현까지도 알고 있습니다.’ 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단어나 옛 서적에나 나올법한 딱딱한 표현을 사용해 오히려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뿐더러, 틀리게 사용한 표현이 더 많았다. 정말이지 그때는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쉬운 표현을 쓰더라도 틀리지 않게끔, 내가 느낀 감정·생각들을 나의 일기를 읽는 사람에게도 그 감정이 전해질 수 있도록 썼으며, 점차 문법도 단어도 단계적으로 늘려갔다. 그러다 보니, 모든 수업이 끝나고 이 프로그램의 소감을 말하는 발표회를 갖게 된 시간, 정확한 표현과 적적한 존경어와 겸양어 등을 사용하여 나의 소감을 전했을 때 선생님들과 담당자들은 “어느새 이 정도까지 일본어 실력이 늘었구나.” 하고 칭찬과 감탄을 자아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일본 문화 체험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가지 못한 곳도 있었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구마모토 성이었다. 3년 전에도 구마모토 성에 방문한 적이 있었으나, 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 때는 단순히 성의 웅장함에만 감탄했지만, 이번에는 선생님과 같이 갔기에 그 성에 대한 설명 하나하나를 들었기에 일본에 대해 알게 되어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대학교에서의 전공도 식품영양이었고 애당초 음식, 특히 디저트에 관심이 많았기에 일본 전통과자를 만드는 체험을 제일 기대했던 체험 중 하나였으며,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이었다.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친절하게 알려주셨으며,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들도 천천히 하나씩 짚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또한, 운이 좋아 선생님과 근교의 아마쿠사에 가서 돌고래를 본 것도, 구마모토의 관광지로 소개되지 않았기에 가볼 기회가 없었으나 현지에 살고계시는 선생님의 추천 관광지까지 가서 야경을 본 것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우리나라와 가장 다르게 느껴졌던 점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 더불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의를 중시하는 나라로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허나 최근에는 지나가다 부딪치더라도 바로 사과의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 나쁘다는 듯이 노려보고, 욕을 하는 등 상대방에게 미안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이 남에게 조금이나마 피해를 끼치면 바로 “すみません” 또는 “ごめんなさい” 하며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처음엔 저 정도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곤 했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며 어느덧 나도 일본인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느새 그런 행동들이 몸에 익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잠시 동안 계속되었으나, 다시 요즘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피해를 끼쳐도 무시해버리고 신경 쓰지 않는 나의 모습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일본 생활이 그리워지곤 했다.

 

더불어 ‘일본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라는 것은 부정의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물론 그들도 의식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한 사람이 특이한 행동을 하면 그것에 대해 지적을 하거나 야유를 보내는 등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나타내기 위한 말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거나 옷을 이상하게 입거나 한다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하고, 수근 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일까.’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식당에 가더라도 혼자서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1인석이 더 잘 갖춰져 있는 곳이 많았다.

 

또한 다르게 느꼈던 점은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 할 때의 반응이다. 한국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로 인해 일본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나, 막상 이야기 해 보면 그 인식이 바뀐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리액션(반응)이 크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그 반응을 보며, 상대방이 현재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나 또한 주위사람들한테 종종 듣는 말이지만 잠깐 동안의 여행이라도 일본에 다녀오면 리액션이 가장 많이 늘어서 오기 때문에 그 반응이 재밌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고 듣곤 했다.

 

덧붙여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단기간 여행을 가면 입 모아 말하는 것이 일본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며, 쓰레기 또한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지도 않아 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거리거리가 깨끗해 보이는 것이고,

질서를 잘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모든 신호등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번화가의 신호등은 ‘빨간 불로 바뀝니다.“ 또는 ”초록불로 바뀌었으니, 건너셔도 됩니다.“ 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거나, 신호등을 보고 건너도 되는지 안 되는지, 위험도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가 되어 있거나 소리가 나온다. 처음 신호등을 보고, 이곳은 신호등마저도 생활에 편리를 생각해주는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또 하나로는 일본에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기에 버스나 전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한 적이 많았다. 장시간 이동 한 경우도 있었으며, 조금이나마 이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경유하지 않고 바로 가는 논스톱버스를 이용하곤 했다. 분명 논스톱 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정차하는 곳이 많았고, 그때마다 운전기사님은 안내방송을 해주셨다. 처음엔 버스를 잘못 탄 건가 하는 생각도 했으며, 정차하는 곳의 정류장에서 사람이 타지도 않는데 왜 정차를 하나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하나의 배려였던 것 같다. 작은 마을, 산 중턱의 마을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큰 도시의 터미널까지 가지 않아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나라라면 내가 사는 마을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버스가 많이 다니는 큰 지역으로 가서 이동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이곳의 세심한 배려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문화뿐만 아니라 언어도 달랐다. 물론 다르기에 일본어, 한국어로 나뉘는 것이지만 확실히 공부하다보면 느낄 수 있는 것이

비슷한 발음, 비슷한 뜻이나 속담, 한자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하다고 생각되어 한국어로 생각했던 것을 일본어로 표현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것도 있었으며, 단어는 맞지만 조사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뜻의 표현이나 단어가 있어도 일본인으로서는 쓰지 않는 표현도 많았으며, 가장 큰 차이점은 존경어와 겸양어가 존재하므로 일본어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렇듯 같은 아시아인 동양인에,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일본이지만 문화, 언어, 행동 하나하나의 차이점이 많았다. 이 곳 일본이 왜 선진국이 되었는지, 왜 급속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일본인들과 몸소 부딪혀 보며 느낀 것이 많기에 일본이라는 나라를 배제하고 무작정 욕할 것이 아니라 본받아야 할 점은 본받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일본에 오기 전 내가 계획했던 것처럼 다 이루지도 못했고, 내 욕심만큼 일본어 실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것도 아니지만 4학년, 취업준비생의 길을 앞두고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되기에 그것에 가치를 두려고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되며, 또 다른 것에 도전하기 전의 두려움은 남들보다 없을 거라 생각된다. 일본과 관련된 학과도 아니고 미래에 일본어로 나아가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이상 전부 잊어버리지 않도록 꾸준히 공부하려고 한다.

 

누군가 내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는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일본에서의 생활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느꼈고, 대학교 3학년 생활 중 가장 뜻 깊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번 후루사토 프로그램은 단 한 번의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청하여 새로운 경험, 뜻 깊은 시간을 보냈음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과 후루사토 프로그램 담당자 분, 국제회관의 관계자 분들, 평생 한분 한분을 떠올리며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마음, 연세가 드셔도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열정, 일본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수업 전 열심히 준비해 오셨던 노력과 수고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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