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들었던 말은 '스미마셍' 이었습니다. / 권유진(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많이 들었던 말은 '스미마셍' 이었습니다. / 권유진(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안녕하세요. 구마모토 후루사토 맨투맨 특별연수 프로그램으로 8월 한 달 동안 구마모토에서 연수의 기회를 가졌던 권유진입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뜻깊게 채울 수 있을까, 부족한 언어 실력으로 의사소통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한 연수였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또 시간이 더 흘러 어느덧 참가후기를 쓰는 때가 오니, 그러한 걱정들은 날아가고 일본에서의 지난 시간들이 더 그리워지네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연수에 있어 더 걱정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고 대학에 와서 일본어 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1개월간 묵었던 GIP(글로벌인턴십프로그램) 하우스

1층에 방 3개+거실+화장실+욕실+부엌+베란다가 있고, 2층에 방 1개+발코니가 있음.

 

그렇지만 부족한 언어 능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의 한 달은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잘 생각나지도 않고,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이상하거나 웃기게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말 한마디 떼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일본어를 가르쳐 주시는 국제교류회관의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구마모토로 연수를 가게 되면 가장 자주 찾게 되는 ‘구마모토국제교류회관’에는 많은 자원봉사자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수강생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에 따라 일본어 수업을 진행해 주시는 선생님도 배치가 되지요. 수업 내용도 수강생의 수준에 따라, 그리고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에 따라, 함께 교재를 정하고 공부해 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처음에 함께 공부했던 텍스트가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교재를 쓰고 싶다고 요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다음 수업부터는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덕분에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3대 성(城) 중의 한가지인 쿠마모토 성에서..

구마모토 국제 교류 회관에서는 일본어 수업뿐만 아니라, 한자 수업, 다도 수업, 서도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매주 한번 있었던 한자 수업에서는 한자, 특히 상형문자를 이미지화해서 해당 한자와 함께 그 글자에서 파생되는 단어들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자 수업에서 배우는 한자는 매우 쉬운 수준이었지만, 그것을 일본어로 들으니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한자를 배우고 있지만, 일본어 수업을 듣는 기분이랄까요^^; 서도(書道)수업에서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처음으로 붓글씨를 써보았습니다. 한자를 알더라도 쓰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를 직접 쓰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고,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것 또한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운데 3명은 연수를 받은 사람들이고, 좌우는 1개월간의 현지 선생님

일본의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매주 한 시간씩,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선택 과목으로 서도를 배우기 때문에, 서도에는 우리보다 익숙하다고 합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일본에서는 단어 자체를 한자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도 수업에서는 바른 자세로 앉아 차를 마시는 예절을 배웠습니다. 맛차라고 불리는 차를 우리고, 마시는 예절을 배웠는데, 차 하나를 마시는 데에도 많은 법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마모토에 머무는 한 달 동안 지냈던 숙소는 교류회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조용한 주택이었습니다. 자주 들르는 교류회관과 가깝고, 공간이 넓어서 편리했습니다. 숙소에는 서양식 방과 일본식 다다미방이 함께 있어서, 기호에 따라 방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다미방에서 지냈는데, 일본에서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일본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구마모토에서 가장 큰 축제라는 히노쿠니마쯔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지역마다 그리고 계절마다 마쯔리가 많다는 일본에서 꼭 한번 마쯔리를 보고 싶었는데, 구마모토에 간 시기가 마침 그 곳의 축제 기간과 겹쳐 운이 좋게도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제가 사용했던 방. 1인1실 사용입니다.

구경 뿐만 아니라, 구마모토 국제 교류 회관의 일원으로 오도리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드라마 등에서 봤던 축제에서의 간단한 춤동작을 직접 배우고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춤을 배울 때는 ‘이렇게 간단한 동작의 춤을 행진하는 내내 추는 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직접 축제의 행렬에 있어보니 같은 동작의 반복만으로도 흥겨움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함에서 흥겨움을 이끌어내고,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자체가 축제이고, 또한 축제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놀라웠던 점은 축제 전 며칠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생각했던 일본인의 모습과 축제에서의 일본인의 모습이 꽤 다르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거리도 조용하고, 번화가의 상점들도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늦게 개점하고 일찍 폐점해서 조금은 심심하다고 느꼈던 일본이었는데, 마쯔리에서는 모두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적소리 한번 크게 나지 않는 일본의 도로에서 수많은 인파가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라니, 평소의 모습에서는 잘 유추하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 경험해볼 수 없었던 것을 체험해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습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스미마셍’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에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잘 알고 있는 이 말은, 일본인의 정서나 행동습관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안합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미안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흔히 생각하는 미안함의 정도와 관계없이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은 경우에 빈번하게 사용됩니다. 다른 사람을 부르거나 주의를 집중시키고 싶을 때도 사용하고, 고마운 경우에도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 말이 일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일본인을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친절이 이러한 작은 언어 습관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국립 쿠마모토대학교 캠퍼스, 나쯔메쇼세키 동상 앞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저는 일본 구마모토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부족한 실력이나마 일본어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들었고, 일본의 축제도 경험하고, 생활 속에서 일본의 문화들을 보고 듣고 체험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 나름대로 잘 채워나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보낸 올 여름이 무더웠던 그 곳의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