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수업종 `한국 상륙작전`

 
입력: 2011-11-13 17:55 / 수정: 2011-11-13 18:48

일본 내수업종 `한국 상륙작전`

중저가 호텔·음식점·게임업체 등 진출
日 소비인구 급감 영향…'시장구조 흡사' 매력


일본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도미인(Dormy Inn)'이 한국 중저가 호텔 시장에 진출한다. 도미인은 서울 명동에 1호 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서울에 일본계 비즈니스호텔이 설립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혼다 유니클로 등 자동차와 패스트의류업체들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호텔 식당 도시락 게임회사 등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활기를 잃어버린 일본 대신 한국 내수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자동차에서 도시락까지

일본 음식 체인 중 하나인 '모노가타리(物語)'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국 진출을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상반기에는 20여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두 명의 한국인을 선발했다. 일본 최대 소셜게임업체인 '그리(GREE)'도 지난달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제휴업체를 물색 중이다. 일본 대형 도시락제조업체인 '도카쓰푸드'는 한국 편의점 시장을 뚫기 위해 관련 업체와 접촉을 시작했다. 도카쓰푸드는 일본 내 6000여개 훼미리마트에 도시락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도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이는 추세다. 혼다자동차는 앞으로 2년 내에 10개가량의 신모델을 한국 시장에 쏟아붓기로 했다. 중저가 의류업체인 유니클로도 매년 30개 이상의 매장을 한국에 신설할 계획이다. 

일본 내수기업들이 보기에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황이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6년 명동에 세워진 프랑스계 중저가 호텔인 '이비스앰배서더호텔'은 객실 점유율이 96%에 달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왜 한국인가

'도미인'은 명동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 등으로 진출 지역을 확대키로 했다. 이달 초 신한금융투자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호텔 부지 선정과 파이낸싱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일본과 흡사한 시장구조를 갖고 있어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이 덜하다는 게 한국 진출을 결심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또 중국 관광객 증가로 한국 호텔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점도 고려했다. 야마다 시게루(山田滋) 도미인 한국법인장은 "중국 베트남 대만 몽골 등 여러 지역을 검토했지만 결론은 한국이었다"며 "일본 내 사업모델을 그대로 적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유일한 시장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요식업체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의 음식 문화가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시장 진출에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신환섭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대지진 이후 제조업체들이 한국 진출에 적극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내수기업들이 대한해협을 건너고 있다"며 "일본 내수기업들은 일본에 '한류(韓流)'가 분 것처럼 한국에도 '일류(日流)'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된 일본 시장

일본 대형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루트인(Route Inn)'은 누적된 경영부실로 고전하다가 올해 결국 도산했다. 일본 내에 200여개 비즈니스호텔을 운영할 정도로 시장 입지가 탄탄했지만 계속된 내수침체에 두손을 들어 버렸다. 

일본 내수시장이 위기에 빠진 근본원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소비인구 감소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교수는 "원래부터 인구가 적었던 나라와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하는 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소비의 축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다. 1995년 8717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어 2050년에는 5388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원전 사고 이후에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도 줄었다. 

올 1~6월 방일 외국인 수는 총 283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5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