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가나자와에서 함께한 인턴 생활 / 진윤정 (백석문화대학)
나는 일본어를 하고 싶었다. 일본어를 잘 하고 싶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싶어서 책도 보고, 관광객이 많은 곳에도 가보고 강의도 듣고… 하지만 대학 생활 안에서 나의 이런 욕구가 채워 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 일어 실력은 제자리걸음 일 뿐 앞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 '일본' 그 곳에서 직접 생활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턴십'이라는 문 앞에 부딪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인턴십과의 인연이 시작 되었다.
여행과는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하고 한국을 떠나 일본에 도착 했을 때 생각과 달리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막막했던 일본 생활의 밑거름이 되어준 매너 교육 학원 과정이 있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규칙, 생활, 인사법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좀 더 빨리 배울 수 있었고 알면 알수록 일본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할 만큼 수업은 재미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즐거운 수업을 하면서 어느새 한 달의 교육과정을 마무리 해야 할 때, 아쉬움과 고마움 그리고 현장에 나가 직접 경험 해봐야 한다는 걱정스런 마음이 교차 했다. 인턴십 첫 날, 내가 인턴십을 하게 된 곳은 이시카와 현에 있는 가나자와 국제 교류 재단! 모든 것이 낯설긴 했지만 나의 인턴십 생활이 기대되기도 했다.
(가나자와 국제 교류 재단 앞)
그리고 재단 사람들과의 첫 만남. 한국에서도 낯가림을 했던 나인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 곳 사람들은 오히려 나보다 더 긴장한 듯 했다. 서로 긴장한 채 인사를 나누고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 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사무보조, 복사, 전화 응대로 며칠을
보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내 몫에 달렸지만 다들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어서
걱정했던 인턴십 생활이 마치 예전에 했었던 일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인턴십 한 지 한 달 후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 주어졌다.
바로 매년 열리는 축제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였다.내가 인턴십으로 온 가나자와 지역은 매년 10월이 되면 가나자와 국제 교류 축제라는 큰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축제 2개월 전부터 준비가 한창이다. 이 축제는 각 나라의 단체와 관광객, 유학생,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나도 참여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역시 축제 하면 홍보가 먼저이기 때문에 바로 팜플렛 작업에 들어갔다. 미리 준비된 일본어판 팜플렛을 응용해서 중국어, 영어, 한국어 팜플렛을 제작했다. 거기서 나는 한국어 번역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통·번역이었는데,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더 의미 있었다. 팜플렛 작업이 마무리 될 때 쯤 2주 동안 인턴십 하러온 가나자와대학교 친구들이 왔다. 나는 그 친구들과 같이 축제 때 할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한 세계 놀이 문화 체험. 홍보자료도 만들고 기념품도 챙기고, 포스터 제작도 하고… 축제 준비 기간 동안 나는 일에 빠져있었다. 일에 푹 빠져 있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난 그저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축제 기간 동안 한국을 잘 알리고 싶은 생각 뿐 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축제 당일. 여러 나라의 전통 악기 연주, 전통 무용 등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관람 할 수 있는 스테이지도 이루어져 있고, 각 나라 별로 기념품 판매도 행해졌다. 그리고 각 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들로 축제는 더더욱 풍성하게 이루어졌다. 이 축제는 눈으로 보는 축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각자 소중한 추억을 담아 갈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축제보다 달랐다.
(가나자와 국제 교류 축제 2010)
가장 나를 설레게 하면서 긴장하게 만든 축제 이틀 째.
드디어 내가 한 달 동안 준비한 세계 놀이 문화 체험이 2시간 동안 이루어 졌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면서 준비한 우리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심으로 돌아 간 것 같아서 뿌듯하고, 좀 더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못한 놀이들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준비 했던 놀이 문화 체험이 끝나고 한 숨 돌리고 있을 때, 한국에 관심이 많으신 한 분이 찾아와 말을 걸어 주셨다.
이번 축제에서 처음 시도되는 언어서포터가 있었는데 시도와 달리 좋은 성과를 보이진 못했지만 홍보 포스터 보시고 먼저 다가와 한국어 서포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일본 분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은 지는 TV를 통해 많이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와주셔서 나는 더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게 되었다. 그 분과 같이 축제장을 함께 돌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보통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한국 가수,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분은 그런 것과 달리 내가 지금 배우고 싶은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셔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설명해 드렸다. 정말 일본어뿐만이 아니라 한국 문화에 있어서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일본 사람들 보면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고 내게 다가와 물어 볼 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사람은 보여 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서로 소통하다보면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는데 이번 축제를 통해 내가 가진 잘못된 마음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 자체도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즐거움이 가득한 축제는 많은 아쉬움으로 끝이 났다. 일본은 다양한 축제가 많아서 전부터 즐기고 싶었지만 관광객의 입장으로서가 아닌 진행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던 것 같다. 축제는 정말 즐겁고,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는 하나의 연결고리 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뒤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의 결실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직접 경험 해 볼 수 있어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인턴십으로 있었던 가나자와 국제 교류 재단은 여러 나라 단체와
함께하고 있는 곳이라 일본어강좌, 서예, 사진전시회, 도서대여,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체험 등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전시회도 돕고, 외국 유학생들을 위한 체험을 준비 할 때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 보조로서 일 하고 있을 때, 여기 교류 재단으로 한 분이 찾아 오셔서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 어느 지역에 가도 마찬가지로 한국에 관심 많으신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한국 강좌'를 해달라고 하신 것이다. 나는 부담이
가득해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우선 어떤 문화를 소개 할 건지에 대해 서로 상의 한 후에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 하면 의, 식, 주. 이 세
가지를 빼 놓고는 말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하여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의'하면 한복, '식'은 음식, '주'는 한옥, 그리고 관광지. 보통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하면 훨씬 수월하고 좋지만, 직접 가까이서 보실 수 있게 사진으로 준비 하는 게 더욱 선명하고 실물과 가깝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사진첩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다. 준비하는 내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나누어줄 자료와 내가 이야기 할 자료를 담당자에게 검사를 받으면서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강좌하기로 한 당일.
한 두 시간이면 끝나겠지 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해서 눈앞이 캄캄했다.
강좌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한 자료를 다시 확인해보고 강좌를 듣기위해 오신 분들을 뵙게 되었다.
역시나 먼저 다가와서 인사도 해주시고 혹시나 내가 불편하지 않을까 신경써주시는 모습에서
긴장은 풀리게 되었다. 한분 한분께 자료를 나누어주고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떨렸던 마음과는 달리
그냥 서로 대화를 나누 듯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정말 그 분들에게 고마웠던 것은
이렇게 우리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았던 시간은 어느새 3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재미있었고,
나 또한 여태까지 일본어 배우면서 많은 공부도 되었다. 역시 무엇이든 결과가 있으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다음에도 이런좋은 기회들이 나를 맞아 줄지 한 쪽 마음이
휑하게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인턴십 생활을 하면서 1분 1초가 소중하게 다가왔고,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것 같았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처음에 긴장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교류 재단 사람들 안에서 편안하고,
예전부터 일했던 사람마냥 즐거웠다. 점점 인턴십 생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맡은 일을 잘 마쳤다는 것과,
앞으로 내 꿈에 한걸음 발돋움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턴십을 마치고 난 후, 인턴십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나 또한 인턴십 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조언도 얻었고, 내가 자발적으로
참여 한 것처럼 관심도 많이 가지고 꼭 해야겠다는 자신감도 많이 가졌었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의 질문을 그냥 넘어 갈 수 없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남들 다 하니까…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이런 생각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는 한국 문화를 나를 통해 알리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갖지 못하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정말 이것으로 통해 발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만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또한 기회가 있다면 또 하고 싶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나의 인턴십! 나에게 정말 값진 선물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