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세봉지나 뺏겼어요 ~ " 김예원 (부산대학교 무역학부 2학년)

중간고사 시험기간동안 공부때문에 지쳐 힘들 때마다 곧 있을 여행에 기대한가득 부풀어 있었는데 드디어 가게 되었다.

"일본인과 함께하는 전주여행." 전주에 가본적이 없을뿐더러 가봤다 한들 분명 엄마아빠 손잡고 쫄쫄 따라다닌게 전부 였을거다. 작년부터 일본어에 관심이 잔뜩 생겨 일본어를 배우고 있어서 얼른 가고 싶었다. 비록 십오만원이 나의 통장에서 빠져나갈 땐 슬펐지만, '일본인 친구들도 사귀고, 신나게 활동하다 와야지' 생각하며 얼른 5월3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전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세 시간에 걸쳐서 도착. 그런데 뭐야이게? 비가온다 날도 흐리고 휴게소 쉬는 타이밍도 놓쳐버려서 세 시간 동안 줄곧 앉아있었더니 엉덩이도 저리고 미용실에서 망친 머리 때문에 꿀꿀했던 기분에 불을 질러버렸다.

다들 서울에서 오셔서 나는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합류하고, 다시 대절버스를 타고 전주에서 고창으로 가는데 십분, 십오분....삼십분...사십분..... 버스를 한시간이나 더 타고 들어가서 힘들게 숙소에 도착했다. 정말 험난하고 찝찝한 시작이였다. 여섯시 일곱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다들 짐을 풀었다. 어색한 시작. 다들 동그랗게 앉아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사실 대절버스 탈 때 다들 둘둘 짝지어 타는데 나 혼자만 앉게 되어서 되게 쓸쓸했는데(게다가 창밖에는 비가 왔다구) 자기소개 하면서 조금씩 친해진 것 같다! '저는 부산에서 온 부산대학교 2학년 무역학부 김예원입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라고 소개했다. 어색한 자리가 조금씩 풀리며, 라면에 짜파게티에 조촐한 컵밥으로 저녁을 먹었고, 최고의 음료인 '술'을 먹으며 첫째 밤을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둘째날 아침! 첫째 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동시간이 꽤나 길었기 때문에,

'고창청보리밭 봉사' 사실 봉사단원 자격으로써는 지극히 일반적 이였지만 일본인과 함께해서 특별했다. 센터에서 잠시 교육을 받고 역할이 주어졌다. 내가 맡은 것은 보리보호! 6월에 수확해야하는 보리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계속 들어가니, 6월 말에 수확해야하는 귀한 보리인데, 관광객들 때문에 울타리 내 1m 작물은 가치없이 버려진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고작 그 사진하나 찍으려 일부러 울타리 넘어 보리 밟고 들어가는거 보니 화도 나고 속상도 했다. 하지말라는 거 굳이 하냐구...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자하는 마음으로 맡은 바 최대한 열심히 했다. 간간히 사진도 찍고 즐기기도 했고!

 

30만평을 몇바퀴나 돌면서 각 위치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일본인 친구들과 한국인 친구들과도 인사했다. 다들 제자리에서 열심히였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상품수령장소는 후미카가 맡게되었는데, 스탬프도 없이 막무가내 보리상품을 달라고 조르는 아줌마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일본인(후미카)을 보고 있자니 웃기기도 하고 재밌었다. 달래주어야 맞지만 서툰 한국어로 아줌마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특히 '언니~ 세봉지나 뺏겼어요!!' 하며 속상해 하는 모습이! 

 

 

보통, 여행하면서 나는 행복 같은 것은 잘 못 느낀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행복이었는데 30만평의 고창 청보리밭의 보리들이 한들한들 흔들리는걸 보고 있자니 너무 아름다웠다. 날씨도 화창하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보리도 예쁘고, 사람들도 북적거려 다들 활동적인 모습이라 나도 덩달아 신났다. 시험도 끝나 마음도 가볍고 유채꽃밭 보리밭사이를 거닐며 오랜만에 한껏 여유도 부려봤다. BGM도 신청 받아 틀어주고 고창보리밭축제 개인적으로 한 번 더 오고 싶었다.

 

그리고 찾아온 점심시간, 받은 식권을 하나씩 들고 일본인 친구들과 모여서 야외테이블에 앉아 보리비빔밥을 비벼먹었다. 사실 조금 매콤하긴 했는데, 리사언니랑 후미카는 많이 매워했다. 역시, 매운맛은 한국인이 조금 강한듯 했다. 나도 참 좋아라 하고! 보리비빔밥은 날씨덕에 분위기 덕에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야외에서 밥 먹자니 기분도 좋고, 일본인 친구들과 서툰 대화도 하며 밥을 먹으며 유쾌한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항상 친절했던 선화언니는 역시 언니답게 미숫가루를 사서 후미카랑 솔이에게도 나눠줬다! 역시언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 여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게 큰 장점인데, 언니랑 대화하며 언니가 1년 동안 갔던 유럽여행과, 일본어 공부하는 방법을 들으며 친해질 수 있었다. 밥 먹으며 쉬다가 다시 우리는 보리를 안전하게 사수하기 위해 다시 30만평을 돌기 시작했다. 보리 밟고 울타리 안에서 예쁜 포즈 한껏 취하는 모습이 얼마나 밉살스러 보이던지 '울타리 안에서 나오세요!!!' 외치며, 선화언니랑 다시 길을 걸었다. 흠....얼마 전 일본여행 경험이후로 일본인들의 문화의식이 상당히 앞서있는 걸 느꼈었는데, 일본인 친구들이 봤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 들이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쳐갔다. 보리밭 흙먼지에 덮인 것처럼 다들 세네시에는 초췌해져갔다. 하지만, 우리는 파전과 복분자 막걸리로 활동을 마무리하며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언니들 동생들이랑 TV 앞에 오손도손 모여서 무한도전을 신나게 봤다. 고생 끝에 개운하고 편안한 시간이 왔고, 또 저녁밥을 만들었다! 현진언니와 함께 망해가는 김치볶음밥에 치즈와 김 가루를 섞어 마구마구 볶으며 맛있는 저녁을 탄생시켰다. 후라이팬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고, 태건이 오빠가 해준 스파게티도 한 두 젓가락 만에 금새 바닥이 드러났다. 국적을 불문하고 음식시간에 최고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것 같다.

 

어제보다는 다들 많이 친해져서 다 같이 어울려 서로 몸을 배게삼아 조용조용히 얘기했다. 오늘 같이 청보리밭에서 찍은 사진들도 카톡으로 공유하고, facebook친구도 맺으며 '나 고향 부산이니까 부산에 놀러오면 관광시켜주겠다!'며 불투명한 약속들도 하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덧 마지막 밤인 것이다. 다들 하루 힘들게 고생해서 그런지, 일찍 잠들었다. 나 또한! 그리고 비록 비루하지만, 아니 비루하지 않았다. 무려 베이컨이 있는 샌드위치였으니까.

 

아무튼 아침도 든든히 먹고 짐을 싸서 한옥마을을 나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가 사는 한옥집에 우리가 우르르 들어와 다시 우르르 나갔고, 주인 할아버지께서는 짐도 들어주시며 우리 가는 길을 배웅해주시기도 했다. 나도 언젠간 일본 전통가옥에서 지내보고 싶다! 일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일본어도 그렇고. 일본어 공부 꼭 열심히해서 일본인들한테 먼저다가가서 자유롭게 일본어로 대화하게 만들어야지.

 

 

우린 고창고인돌박물관으로 갔다. 자전거를 타고 고인돌박물관에서 한참 떨어진 고인돌유적지까지 싱싱 달렸다!!!!! 오랜만에 자전거 타니까 기분도 끝내주고 자연이 좋다 보니 미친듯이 달렸던 것 같다. 언니들이랑 동생이랑 같이 사진도 찍고, 정말 잠시였지만 최고로 자유로웠던 시간 이였다. 자동차 면허증도 없고, 내가 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이 자전거 뿐 이였으니까. 그리고는 다시 자전거는 다른 팀원들에게 넘겨주고, 나는 고인돌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옛날은 단순히 엄마, 아빠 따라다니는 딱딱하고 지루한 곳이었는데 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면서 흥미로웠던 시간 이였다. 이렇게나 잘되어있는 시설에 올수 있다니. 일본인들도 이걸 이해했을까? 내가 알기로는 나라에 있는 '이시부타이'도 고인돌 이였던 걸로 기억나는데.

 

잠시 둘러보고 서둘러 전주한옥마을로 갔다. 날씨가 좋아 삼삼오오 가족들, 애인들끼리 놀러와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랜만에 한식당에가서 맛있는 정식을 먹고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없어 급하게 돌긴 했는데, 다시 한번 와서 천천히 돌아보고 싶다. 음식점들도 카페도, 다들 한옥모양을 하고 있어서 일본인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는 전주전통문화원에 가서 전통악기인 장구를 배웠다. 이 역시, 내가 유치원 때 무용학원에서 배웠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치는 장구라 헷갈리고 손이 꼬였지만, 휴일을 반납하시고 나오신 분들의 꽹과리 지도하에 열심히 따라쳤다. 나도 언젠가 일본에 가서 일본 전통악기를 배워보고 싶다. 일본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적구나. 얼른 일본어 열심히 배워서 일본인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친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한일포럼의 여행은 우리가 만들어 간다는 묘미가 있다. 봉사도 친해진 언니랑 같이 나서고, 아침도 저녁도 우리끼리 해먹어서 비록 조촐할 때도 있지만 차려진 밥상에 앉아 먹기만 하거나 사먹기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즐거운 것 같다. 다음에 얼른 돈 벌어서 경주 편에도 참가해보고 싶다. 이번 기회로 일본인친구 후미카를 사귄 것 같아 좋았고, 동생 솔이랑도 친해져서 좋다. 주변에 동생이 워낙 없어서 정이 많이 갔다. 부산에 놀러 와서 다시 만나기를! 비록 처음에는 이리저리 힘들었지만 2박3일을 함께 보내고 나니 막상 헤어질 때는 너무 급하게 헤어져서 아쉬웠다. 간간히 올라오는 facebook 사진 확인하면서 지내야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