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기록 '6천 상자'… 안전 강국 日의 숨은 비법

<앵커>

20년 전 오늘(17일), 일본 고베를 덮쳤던 '한신 대지진' 기억하시나요? 일본에서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상세히 기록해서 그 분량이 6천 상자가 넘습니다.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을 통해서 교훈을 얻으려는 이런 자세가 일본을 안전 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도쿄에서 최선호 특파원입니다.

<기자>

20년 전 일본 고베시의 아침입니다.

규모 7.2의 강진으로 10만 채가 넘는 건물이 무너졌고 도시 곳곳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사망자만 6천344명을 기록한 한신대지진입니다.

세월이 흘러, 무너진 건물은 새로 지어졌고, 주저앉았던 고가도로도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일본 고베시 시민 : 외지인이 와서 보면, 그런 참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겠죠.]

그런데 일본이 도시 재건 못지않게 중시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6천 상자 분량의 당시 기록입니다.

구조작업과 의료진 배치,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에 오간 긴박한 통신, 심지어 이재민에게 나눠준 음식과 불만사항까지 꼼꼼히 챙겨놨습니다.

색이 바래 읽기 어려운 기록은 하나하나 복원합니다.

외국 자원봉사자의 의료활동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참고할 기록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스기모토/전 고베시 직원, 자원봉사자 : 전화 통화는 남지가 않고, 경험과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부정확해집니다. 많은 시민이 보고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5년째 계속되는 일인데, 작업이 마무리되면 모두 공개할 계획입니다.

참사의 기억을 전하고, 작은 기록까지 챙겨 교훈을 얻으려는 이런 노력이, 안전 강국 일본을 유지하는 비결일 겁니다.

최선호 기자 choi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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