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강제징용’에 처음 머리 숙인다

ㆍ미쓰비시, 2차대전 미군 포로 900여명 강제노역 사과하기로

ㆍ한국인 징용자에겐 ‘침묵’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2차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포로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대기업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비시 측은 한국인 강제노동 징용자에게는 아직까지 공식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는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최고 중역을 비롯한 대표단이 이번 주말 미국에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를 만나 공식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시몬 비젠탈 센터의 부소장인 에이브러햄 쿠퍼는 “일본 대기업이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미 일본대사관의 오타카 마사토 대변인은 “사과는 미쓰비시 측의 자체 결단이며 일본 정부는 관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인 포로 징용 문제에 대해 앞서 2009년과 2010년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 광업은 2차대전 당시 900여명의 미군 포로를 일본으로 이송해 공장 4곳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2차 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포로는 모두 1만2000여명으로 이 중 10%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에서 노역한 미군 포로 가운데 소재가 확인된 생존자는 2명이지만, 건강 문제로 머피만 사과행사에 참석키로 했다. 머피는 “음식도, 의약품도, 옷도, 위생시설도 없는 노예생활이었다”라고 회상한 뒤 “일본인들은 이미 용서했지만, 지난 70년 동안 늘 사과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쓰비시 측의 방침을 ‘역사적인 사과’로 평가하면서 다음달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둘러싼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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