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겨울연가>를 방송해 일본 내 ‘한류(韓流)’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NHK가 최근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방송을 완전히 중단했다. 일본 내 지상파 민방들도 한국 드라마의 방송을 잇따라 중단하는 등 ‘한류’가 ‘한류(寒流)’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NHK가 2003년 4월 <겨울연가>를 위성방송(BS) 전파를 통해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월까지 위성방송과 지상파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를 계속 방송해 왔으나, 지난 8월 <기황후>를 끝으로 더 이상 한국 드라마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NHK 측은 “현 시점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방송예정은 없다”고 밝혔다고 11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NHK는 일본 안에서의 한류에 불을 당기는 역할을 했다. NHK는 2003년 4월부터 9월까지 위성방송을 통해 <겨울연가>를 방송한데 이어 이듬해 4월부터 8월까지 지상파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한류를 일으켰다.
이후 <아름다운 날들>, <올인>, <대장금>, <첫사랑>, <국희>, <태왕사신기>, <이산>, <마의> 등의 드라마를 잇따라 위성방송과 지상파 방송을 통해 소개해왔다.
도쿄(東京)에 있는 5개 민방의 지상파들도 한국 드라마의 방송을 대부분 중단했다. 지금은 평일 오전 TV도쿄의 전파를 타고 있는 <야경꾼일지> 1개만 남아 있다.
NHK 등이 한국 드라마를 더 이상 방송하지 않기로 한 배경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중문화 분야를 취재해온 언론인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는 “2005년 이후 한류가 일본과 중국에서 붐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해외를 의식한 스토리와 스타를 채용한 작품이 늘어났다”면서 “<겨울연가>에서 ‘첫사랑’ 등의 아련한 추억을 느껴온 일본인 한류팬 들에게는 (새로 등장한 드라마에서)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이을 수 있는 새로운 스타가 떠오르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작가 도야노 가오루(都與野かおる)는 “한국에서는 젊은 배우가 인기를 얻지만, 팬의 연령층이 높은 일본인에게는 반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 등에 따른 ‘혐한’ 분위기도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자취를 감춰가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 민방인 후지TV 앞에서 이 방송국의 프로그램 편성이 한류에 편중돼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항위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 일본 안에서 혐한 분위기가 갑자기 확산됐다”면서 “후지TV가 같은 달 한국 드라마의 방송을 중단했고, TBS는 2014년 3월부터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의 민영 위성방송인 BS와 CS에서는 매월 200편 이상의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BS와 CS는 시청차의 폭이 지상파에 비해 좁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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