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서포트 후기 (단국대학교 손유진)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는 일본어를 활용하여 봉사할 수 있는 언어봉사를 찾는 과정에서 였다.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주관하여 실시한 이 한국어 맨투맨 멘토링 및 서포터 봉사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에 대한 한국어 멘토링과 한국생활 정착을 위한 생활서포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별히 한국어교육 자격증이 없어도, 일본어 일상회화가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봉사를 할 수 있다. 내가 봉사 가능한 요일과 시간대를 선택해서 하루 2시간이상 일본인과 맨투맨 봉사를 한다. 내가 처음 매칭 된 일본인은 한국에 지인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한국에 여행을 오시는 여성분이었다. 처음 하는 것이었고,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웠는데, 서로의 여행 경험이나 일상생활 얘기들을 하다 보니 점점 대화가 원활해지고, 어려운 단어를 최대한 쉽게 둘러말하는 스킬이 생기게 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정기적으로 한국어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원하는 일본인 아저씨 한분과 매칭이 되어 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발간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서적을 교재로 단계가 초중고급으로 올라가는데 현재 중급 단계까지 진행되었다. 수업방법은 일단 예습을 하고 오신 일본인 분에게 교재의 챕터마다 있는 메인 대화문을 읽게 하고, 그 후에 내가 한국어로 천천히 읽어가며 틀린 발음을 교정해주는 식으로 하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나 차이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일본어에 없는 한국어를 설명하거나, 한국어에는 없는 단어를 일본어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사전으로 검색을 해봐도 없고,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만한 정보가 없어서 곤란했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 나의 일본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나는 일본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던 적이 있다. 그때 1년간 일본인들과 부대끼며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일본어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었는데 이것이 한국어에 없는 일본어 단어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될 것 같다는 식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많은 설명과 예시를 들면서 설명을 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일본인 분께서 무척 만족하시며 계속 수업을 해주기를 원하시는 점은 내가 이 한국어 봉사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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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멘토링을 하면서 일본인에 대해 새삼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우선 일본인의 시간에 대한 개념의식이다. 토요일 오전에 늘 만나곤 했었는데, 매번 십분 정도 미리 와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에 대해 특히나 중요시 여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말이라 버스가 오는 시간을 감안하고 더 일찍 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제시간에 겨우 맞추어가는 나와는 무척 달랐다. 그리고 매 수업 때마다 일본인 특유의 행동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나, 본인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상대를 위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가끔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스케쥴을 바꿔야하거나 할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얼마든지 괜찮다며 편하게 일정을 잡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모습에 무척 고마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 잠시 다녀왔다며 선물을 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에는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함께 들었었다. 물론 한국어공부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인들을 도와주자는 좋은 취지로 봉사를 하는 것도 있지만, 일본어를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도 있었기에 봉사를 시작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대의 배려와 마음씀씀이에 나또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수업 전에 미리 자료를 조사해 가거나 필요한 단어 등을 알아가는 등 보다 질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상대에 대한 고마움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인들이 늘 무언가를 받으면 답례를 하고, 어딘가에 방문할 때에도 빈손으로 가지 않고, 매년 연하장을 보내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은 상대에 대해 고마움과 감사함을 먼저 인지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 한국인들은 그러한 것들이 부족하다. 사사롭고 작은 배려를 당연시여기거나 혹은 그러한 것들에 작은 성의를 표시하는, 보답을 하는 행동을 실천하는 데 머뭇거림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여행을 가면 특히나 몸소 느낄 수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여행을 가고 또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오는데 그때 각 나라 사람들의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어떤지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자기일이 바빠 곤란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을 보아도 지나치는 경우가 다수 있지만, 일본인들은 약간의 경계심은 있을지 모르나 친절하게 도와주며 자기일보다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음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내가 일본여행을 할 때 너무 고맙게 느낀 점들이다. 

 한국어 봉사를 하면서 특히 놀라웠던 점은 한국어에 대한 열정이었다. 내가 담당하는 일본인분은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바삐 일을 하시는 직장인이셨는데 매주 진도나간 부분을 복습함은 물론, 다음 진도부분을 미리 예습해서 오신다. 보통 수업 때 한 챕터씩 나가는데, 대화지문이 두 개, 문법이 5개 정도로 씨디를 듣고 연습해 오는 데는 꽤 많은 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씨디로 발음을 먼저 듣고 따라서 읽는 연습을 해온 뒤, 나의 발음으로 한 번 더 교정을 받으시는데 그때마다 씨디보다 발음이 더 좋다면서 얘기를 해주실 때면, 부끄럽지만 그 말 한마디가 너무 고맙다. 이렇게 늘 사소한 것에도 칭찬을 해주시고 고맙다고 얘기해주시는 점 또한 내가 배우고 존경하는 부분이다. 생각은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데, 이를 실천하고 행동으로 보이는 것만큼 대단한 것은 없다.  가까운 나라라서 익숙하고 친숙한 관계이지만 우리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배울 점은 무척이나 많다. 무엇보다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일본인들이 어릴 적부터 그들의 부모에게 뿌리 깊게 교육받아오는 부분이며, 그런 모습들이 지금의 일본인, 그리고 일본을 만들었다는 데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가깝고 비슷한 나라라고 그냥 쉽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인 내면의 강함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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