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친구에게 한국어 알려주기 봉사활동

대일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일본어과 변송민

나는 올해 여름, 우연히 '아시아희망캠프'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한국어 멘토링 봉사, 다양한 캠프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이 단체의 홈페이지는 외국어를 좋아하는 나의 이목을 끌었다. 아무 감정 없이 의무적으로, 기계적으로 하는 봉사보다는 나의 진심과 열정을 담아 봉사를 하고 싶었던 나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국어 알려주기 봉사를 신청하게 되었다.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K-POP 캠프를 참가하러 온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국 예술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이다. 그 전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외국인 안내를 한 경험도 있고 일본인 친구들도 여럿 있는 나는 별 걱정없이 신청을 하고 봉사 날이 다가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처음 일본인들에게 우리나라 언어를 알려주는 봉사를 함으로서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었고 최대한 재밌고 쉽게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 일본 친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다들 교실에 앉아 대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계셨다. 처음에는 그 표정을 본 나도 순간 긴장이 되었고 재밌게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하며 옆에 서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대표선생님께서 나가시고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 나는 교탁 앞에 섰다. 평소에 일본어 말하기를 좋아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나였지만, 일본인 친구들 앞에 서자 순간 얼어버렸다. 다행히도 그런 나를 다독여주는 일본친구들 덕분에 무사히 자기소개를 마칠 수 있었지만 나는 '4일 간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지?'라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 순간 4일이라는 시간이 가장 부담스럽고 곧 있을 수업이 무서웠었다.

우리는 처음 조를 짜 간단히 자음과 모음 수업을 했다. 평소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한국어를 일본어를 통해 설명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들어주고 웃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수월하게 수업을 해 나갈 수 있었다. 나는 수업을 간단히 하고 일본인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이름을 외우고 일본 문화에 대하여 평소에 궁금했었던 것들을 물어보며 다가갔다. 그렇게 일본인 친구들과 친해질 수도 있었을 뿐 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미처 배우지 못했던 것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날은 물건 살 때의 회화를 가르쳤다. 한국에 관광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알아야 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더 열심히 수업하고 부가 설명도 했었다. 내가 처음 일본어를 배웠을 때의 기억이 나기도 했고 과연 일본인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오고 있을까 하고 걱정되었다.

셋째 날에는 기수와 서수 수업을 진행했다. 평소에 우린 당연하게 말했던 시간, 개수 등을 자세히 설명하려니 나조차 한국어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본 친구들이 더 쉽고 이해하기 쉽게 한국어를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 최대한 재밌게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날에는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길 찾기 수업을 하고 '제주도의 푸른 밤'이라는 노래를 배웠다. 노래 가사를 통하여 다양한 표현을 습득하고 노래도 불러보며 즐겁게 수업을 진행해나갔다. 그리고 점심시간 전, 다양한 K-POP를 틀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놀았다. 수업을 할 때와는 달리 일본친구 한국친구 사이의 경계 없이 다 같이 K-POP을 부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한류열풍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는 날 급격히 친해져 더 아쉽고 슬픈 마음이 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사진을 찍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평소에는 학교 가기 위해 밥을 먹고 빨리 돌아갔지만 그 날만큼은 헤어지기 싫은 마음이 너무 커 친구들이 녹음을 하기 직전까지 대화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비록 4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만난 친구들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값진 경험을 안겨주었다. 일본인 친구들에게 있어서 4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자음과 모음부터 시작해 회화까지 공부를 해야 하니 더 자세히 못 가르쳐주고 친구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급하게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 번에는 더 나아가 ‘한국어 멘토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 캠프는 단지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가 아닌 나 또한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