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한일미래포럼 참가후기 (이재은/강원대학교)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제 9회 한일미래포럼에 참가하게 된 강원대학교 사학과 재학생 이재은이라고 합니다. 작년 겨울 막연히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3월 본격적으로 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독학으로는 배움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대학생 교류 단체를 알아보던 중 마침 한창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던 한일미래포럼을 발견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일정은 총 3박 4일이었습니다. 첫 날은 아쉽게도 비행기의 연착으로 일정이 한 시간 늦어졌습니다. 날씨가 무척 더웠던 탓에 몸의 이곳저곳이 피곤했지만 숙소 도착 후 위원회가 개회식과 함께 준비한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포럼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토론 주제는 미투운동이었습니다. 개회식과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 종료 후 저녁 시간을 가지고 미투운동 팀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아무래도 첫 날이다 보니 긴장감을 가지고 팀 활동에 참여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둘째 날을 맞이했습니다. 오전 일정에 이즈모타이샤 관광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기존에 정해진 토론 팀과 다르게 필드트립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팀이 구성되어 이즈모타이샤를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관광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팀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미투운동이란 주제의 무게감 때문에 토론의 진행이 어려웠지만 천천히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여 나갔습니다. 다음 날 발표를 앞둔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둘째 날 모든 것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몸의 사정으로 먼저 잠자리에 들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마침내 셋째 날이 밝았습니다. 다행히 발표는 무사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모든 토론 팀의 발표가 끝나고 바비큐 파티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3일간의 여독과 그간의 아쉬움을 정리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녁 시간을 마치고 곧장 폐회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폐회식이 끝나고 모두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다들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별은 예정돼 있었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넷째 날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일찍 오사카로 출발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먼저 숙소를 빠져나왔습니다. 길면 길었고 짧으면 짧았던 3박 4일의 여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미투운동이란 참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독도 영토 분쟁 문제처럼 세간에 널리 퍼진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십거리로 짧게 미투운동이라고 소비된 경우는 다수 있었지만 정확하게 현상의 기원과 전파 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현상의 설명에 중점을 두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미투운동으로 고발된 가해자의 재판이 진행 중인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파급력 있는 잡지사에서 ‘미투운동은 끝났다.’라고 기사가 나올 만큼 진화된 상태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상반된 모습이 나오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집중해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수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국민성’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포럼에 참가하기 전까지 저는 국민성이란 단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한 사람을 국가란 이미지에 덧씌워 일률적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한 차례 토론을 거치고 두 차례 토론을 거치며 한국인 참가자와 일본인 참가자의 상반된 토론 방식을 발견했습니다. 토론의 흐름은 거의 한국인 참가자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일본인 참가자는 그에 동조하는 모습이 다수였습니다. 한국인 참가자의 입장으로서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미투운동을 받아들이는 양국의 사회 분위기를 알아보는 과정 속에서도 대조된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발언을 무엇보다도 중요히 여기는 한국, 반면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피해자가 발언 자체를 지양하는 일본. 사회 현상의 ‘변화’에 주목하는 한국, 반면 사회 현상의 ‘유지’에 주목하는 일본. 하지만 한국의 모습도 이상적인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장점은 네티즌간의 의견 나눔과 정보 전달이 신속하다는 것이었지만 이와 동시에 따라붙는 단점은 한 번 전파된 잘못된 내용은 수정하기 어렵고 와전된 소문의 피해자는 2차 가해를 입어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일본의 신중함을 필요로 했고, 일본은 한국의 연대감을 필요로 했습니다. 3박 4일의 여정은 제게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공통된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교류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고 소통의 귀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토론 주제로 다시 참가하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선사해준 한일사회문화포럼과 3박 4일 동안 누구보다도 고생했을 9회 위원회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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