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스쿠니 참배, 한일관계 당분간 회복 불능
| 기사입력 2013-12-26 19:25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차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한 26일 경기도 광주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제도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이옥선 할머니가 TV를 통해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이래 7년 만이다. 2013.12.26/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내부 정치적 이유에서 일본이 먼저 한일관계 포기한 측면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한일관계는 당분간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집단자위권 행사 추진 등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번 신사 참배는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관계 개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은 일본 스스로가 한일관계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포기한 듯한 태도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국들로부터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것이란 점은 아베 총리 스스로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를 강행한 데에는 국내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아베 총리는 2기 집권 전 선거 와중에 "1기 집권시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못한 게 한(恨)"이라고 누누이 밝혔다. 신사 참배가 사실상 집권 공약인 셈이다.
여기에 아베 총리는 최근 '보통국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집단적 자위권의 교두보를 닦았고, 대외 군사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방위대강도 손을 봤다. 자신의 필생의 과업이라고 밝힌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행보도 조만간 착수할 듯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런 행보를 뒷받침할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호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는 점, 내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예고하고 있는 등 국내 정치적 지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도 일본 내 보수층 결집 필요성을 부추겼을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최근 행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태도도 참배 강행의 변수가 됐을 수 있다.
최근까지 일본은 군국주의적 망언과 영유권 분쟁을 지속하면서도 한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하는 모순적 행태를 이어왔다.
한국측은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의 진정성있는 태도를 요구하며, 일본의 정상회담 요청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일본 극우 세력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베 총리 입장에선 자신의 국내정치 및 외교적 노선과 한국 등과의 관계개선이 현재로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 미뤄왔던 신사 참배를 취임 1주년에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중국이나 한국과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려있었다면 신사를 굳이 참배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결과론적으론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볼때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대내 상황 때문에 대외 관계를 포기한 측면이 짙어 보인다.
아베 정부의 태도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양국 관계개선과 관련한 노력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까지 외교 당국 내에선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양국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본이 적절한 신호를 주는 경우를 기대해온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한일 간 관계개선에 대한 미국측의 바람과 우리 스스로도 민간 경제협력 차원에서도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은 점차 커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내년 한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엿보던 정부 입장에선 당분간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의제 자체를 논의하기 어려울 정도의 최악의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목소리가 급격히 작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일정상회담 등 양국 간 관계개선 지점을 예측하는 것 역시 지금으로선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비슷한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한일관계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어떤 행동이나 예측도 못하게 됐다"며 이번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일관계에 미친 거대한 파급력을 설명했다.
당장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는 사실상 무산됐으며, 국장급 안보정책협의회 개최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 임기 내에선 한일 간 의미있는 관계개선은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진 소장은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이 그나마 점쳐지던 시기에 악재가 터졌다"며 "현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예상했다.